김아영 ETRI 바이오의료IT연구본부 연구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AI)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ML)이 이제는 인간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까지 사용이 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 역시 AI 엔진을 활용해 보다 정확하고 올바른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로써 환자의 일상을 모니터링 하며 환자들의 건강 상태를 지키는 날이 머지않았다.

정신과 질환 가운데서 가장 많은 병인 우울증(Depression)은 개인을 넘어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우울증은 유병율과 사망률이 높고, 자살이나 합병증이 흔히 발생한다. 최근 우울증을 앓던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 소식, 얼마 전 조울증을 앓던 외래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한 정신과 의사 소식 등 사회 전체에 큰 상실감을 안겨주고 있다.

우울증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가를 감안할 때 정신과 주치의조차도 즉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징후를 발견하더라도 우울증 진단을 받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히 각기 다른 치료를 필요로 하는 우울증의 아형(Subtype)은 자칫 혼선이 생겨 오진이 발생하게 되면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에 정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심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현재 널리 사용되는 우울증의 진단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과 국제질병분류(ICD)를 통해 주관적인 진단 기준을 평가함으로써 수행된다. 이러한 진단 방법은 의미론적으로는 유용하겠지만, 환자와 의사의 주관적 판단에 근거한 검사라는 한계를 가진다.

즉 정신의학의 과학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필자는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으로서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정신질환을 보다 객관적이고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으로 자동 평가할 수 있는 AI 정신건강 관리 플랫폼을 개발해 실제 정신 보건 서비스에 적용될 만큼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현재는 연구실 수준의 결과물에서 아직 실용화 수준의 기술 단계는 아니지만 필자가 추구하는 AI정신건강 관리 플랫폼이란 개인의 행동 패턴, 생리적 변수 등 수집된 데이터가 기계 학습 및 AI 기술을 통해 환자의 심리 상태를 인지함으로서 주치의가 환자의 정신 상태를 조기 진단, 예측, 효과적인 치료 방안을 제시해 정신질환 환자의 일상적 관리와 완치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AI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면 앞선 문제들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보다 정확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위해서는 AI 알고리즘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진단과 관련된 데이터는 제한적인 임상 관찰에서 나온 것이므로 정신건강 연구에서는 이러한 요구 사항이 심각한 도전 과제이다.

정신건강 R&D 분야는 그동안 타 분야에 비해 다소 연구 개발 투자가 소홀해 코호트(Cohort) 추적 조사, 인프라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국가 차원에서 정신건강 R&D 사업에 적극적인 관심과 장기적인 방향 수립이 세워지길 기대하며 향후 환자 맞춤형 정신건강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한다.

또 연구자의 자율성 보장과 주도적인 연구 수행 환경이 지원되고 연구자들은 도전적이고 책임감 있는 연구 성과로 화답한다면 13년째 한국의 자살률이 OECD 1위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 정신이 건강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