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 제공]
못이긴척 정근우와 줄넘기 배틀 나선 한용덕 감독

(오키나와=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용덕(54) 한화 이글스 감독은 일부러 져주려고 '줄넘기 배틀'에 참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말없이 씩 웃었다.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 구장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한화는 지난 23일에 이어 24일에도 불펜 피칭이 예정된 일부 투수들을 제외하고 선수단 전원이 휴식을 취했다.

23일이야 원래 휴식일이지만 예정에 없던 24일까지 추가로 쉰 데에는 고참 선수들의 요구와 한 감독의 배려가 작용했다.

상황은 이랬다. 한 감독과 코치진은 지난 22일 주장인 이성열을 비롯해 김태균, 정근우, 송광민 등 베테랑 선수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이성열이 주장 자격으로 깜짝 제안했다. "피로를 싹 털어낼 수 있도록 하루 더 쉬게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한 감독은 그 제안을 즉석에서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대신 작은 조건을 내걸었다.

휴식일인 23일 오후 4시에 선수단 숙소 1층에서 선수 3명과 코치진 3명이 대표로 나와서 줄넘기 대결을 벌이자고 역으로 제안했다.

잘만하면 이틀 연속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선수단의 의욕은 넘쳤다.

한 감독도 조용히 움직였다. 한 감독은 백승룡 코치에게 미리 전화해서 "줄넘기 대결에 지면 (2군 캠프인 일본) 고치로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결국 줄넘기 대결에선 예상을 깨고 백 코치가 맹활약한 코치진이 이겼다.

미리 연습까지 하고 나선 백 코치는 줄넘기 2단 뛰기를 152개나 했다. 체력을 다 쏟아낸 백 코치만큼이나 실망한 선수들의 표정도 하얗게 질렸다.

그때 한 감독이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자신과 정근우가 1대 1 대결을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기사회생한 선수들을 대표해 정근우가 한 감독에게 승리하면서 선수들의 바람대로 24일 하루 더 휴식이 주어졌다.

24일 만난 한 감독은 "분위기가 좋았다"며 "다른 팀들의 스프링캠프 이동일을 고려하면 하루 더 쉬는 것도 크게 무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오키나와에는 온종일 비가 내렸다. 한 감독은 "마침 오늘 비가 와서 훈련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 감독은 정근우와 대결한 것은 일부러 져주기 위한 것이었느냐는 질문에 말없이 싱긋 웃은 뒤 "나도 생색낼 건 다 냈으니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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