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투게더] 25 엄마는 강했다 - 1편
과거 숨긴 채 결혼… 남편 빚잔치에 결국 이혼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딸 아이를 임신하고 배가 한창 불러왔을 때다. 혼인신고만 급하게 하고 제대로 된 상견례조차 없었던 정성희(42·가명) 씨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시댁인 경기도 양평으로 갔다.

곧 있으면 출산을 할 텐데 시어머니께 인사 한 번은 제대로 드려야겠다 싶었다. 긴장 되는 마음을 부여잡고 남편과 함께 시댁에 도착한 정 씨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했다.

제발 꿈이길 바랐다. 아니 꿈이라도 싫었다. 낡은 시골집에서 늙은 노모는 홀로 손자 셋을 키우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남편의 숨겨둔 자식들이었다. 남편은 정 씨는 만나기 수년 전 여자와 동거를 했고 아이 셋을 낳았다. 여자는 가정이 있는 유부녀였으며 아이 셋을 버리고 도망간 지 오래였다. 죄 많은 노모는 그렇게 인생 말미에 남겨진 손자들을 키우며 육신을, 정신을 소진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숨겨진 아이가, 그것도 셋이나 있을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아내는 굳은 채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에게 닥칠 험난한 앞날을 예견했다. 남편과 당장이라도 헤어지고 싶었으나 곧 태어날 뱃속의 아기를 생각하면 한없이 약해졌다. 내 아이를 아빠 없이 자라게 할 수 없었다. 혼자 키울 자신도 없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오롯이 아이만 봤다. 그렇게 덮었다.

그러나 꺼진 줄 알았던 ‘불씨’는 남편의 ‘바람’으로 이윽고 다시 살아났다. 조금의 틈만 보이면 남편은 서슴지 않게 외도를 행했으며 누구보다 당당했다.

친정 아버지가 남편에게 사준 차엔 아내와 딸이 아닌 낯선 여자의 화장품과 향수 냄새가 가득했고, 남편은 매일 밤 울리는 휴대폰을 들고 나가 아침에 돌아왔다. 시간이 지나자 화도 안 났다. 어린 딸만 보며 죽은 듯 지냈다. 그리고 조금씩 남몰래 이혼을 준비했다.

정 씨는 “남들은 남편의 외도를 이혼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그것도 부부사이에 신뢰와 사랑이 남아있어야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이라며 “애초에 그런 감정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바람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자꾸만 내 명의로 끌어 쓰는 사채와 끊임없는 빚 독촉은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3월 1일자 2편 계속>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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