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비정규직이 죽음으로 내몰려야 안전한 근무환경이 조성될까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고 김용균 씨 사고 이후 2개월 만에 또다시 비정규직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했다.

20일 오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일하던 50대 외주업체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2007년부터 지난 10년간 무려 33명의 근로자가 숨지는 등 ‘죽음의 공장’으로 불린다.

이곳은 1년 전인 2017년 12월 설비 보수를 하던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받아 340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지만, 또다시 비슷한 사고가 재현된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20일 오후 5시30분경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근로자 이모(50) 씨가 동료 3명과 함께 컨베이어벨트 표면 고무 교체작업을 하다 인근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씨는 가동을 중단한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 중 부품이 바닥나자, 공구창고로 새로운 부품을 가지러 갔다가 옆 라인에 있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변을 당했다.

함께 작업을 하던 한 동료는 경찰에서 "이 씨가 새로운 부품을 가지러 공구창고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사라진 뒤 계속 안 보여 찾아보니 다른 컨베이어벨트 아래에 쓰러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 씨는 컨베이어벨트를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다.

사고가 난 컨베이어벨트는 부두에 쌓여 있는 철광석 연료를 공장 내 저장소로 옮기는 데 사용된다. 5m 간격으로 모두 5개의 컨베이어벨트가 설치돼 있다.

현대제철 측은 사고 후 해당 컨베이어벨트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이번 사고 후 현대제철은 "원료 이송시설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정비하던 직원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며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소중한 인명이 희생된 점에 저희 모든 임직원은 말할 수 없는 슬픔에 고개 숙여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현대제철은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 안전점검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망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은 감독관을 급파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이번 현대제철 사고는 산업재해 끊이지 않는 사업장에서 만성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07~2017년 말까지 작업 중 사고로 노동자 33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까지 합쳐 3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2013년 5월에는 전로 제강공장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직원 5명이 아르곤 가스에 질식해 숨졌고 같은 해 11월에도 가스 누출로 1명이 사망했다.

2014년 협력업체 직원이 추락해 숨졌고, 2016년 11월에는 하청업체 소속 30대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2017년 12월에는 20대 노동자가 정기보수 작업 중 기계가 갑자기 작동해 사망했다.

결국 고용노동부 산하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은 2017년 12월 대대적인 근로감독에 나섰다. 당시 근로감독에선 총 340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고 이 가운데 75%인 253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어 사용중지 명령 사안 3건과 과태료 부과 사항 28건을 적발해 총 22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1년여 만인 올해 2월 또다시 사고가 났다.

거의 매년 같은 사고가 되풀이되면서 노동청의 근로감독 등 관련 당국 조치가 있으나마나 한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노동계 관계자는 “근로감독 후에도 개선은커녕 연이어 사망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근로감독이 무용지물이란 얘기”라며 “중대 재해 원인이나 구조적인 규명이 없이 이뤄지는 근로감독은 면죄부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투데이픽 todaypi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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