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그가 꿈꾼 하늘, 오늘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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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그가 꿈꾼 하늘, 오늘의 하늘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2월 17일 17시 3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2월 18일 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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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건 공군본부 중위

그의 삶을 자세히 알아보게 된 건 임관하고 자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모든 것이 낯선 소위 시절, 서고를 정리하다가 오래된 책자를 발견했다. ‘창석 최용덕의 생애와 사상―항공독립운동과 대한민국 공군의 아버지’라는 책이었다.

누군가 열심히 살펴본 듯 책에는 포스트-잇이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이토록 깊이 읽힌 책이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궁금한 마음에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최용덕 장군에 대해 어렴풋이 듣기는 했다. 그러나 공군 창설의 주역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을 뿐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갈수록 그에게 깊은 존경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책의 부제처럼, 그는 대한민국 공군의 아버지라는 칭호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후반 중국으로 망명했고, 중국 공군에 투신한 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항일전장의 최일선에서 싸웠다.

1940년 한국광복군이 창설되자 총무처장과 참모처장을 역임하며 '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분투했고, 광복 이후에는 '내 나라 공군'을 만들기 위해 당시 미군정이 공군 창설 조건으로 제시한 '일반 보병학교 입교'까지 감내한다. 1949년 10월 1일 대한민국 공군이 창설된 뒤 최용덕 장군은 공군사관학교 교장과 제2대 공군참모총장을 거치며 내 나라 공군을 위해 분골쇄신한다.

"언제나 내 나라 군복을 입고 내 나라 상관에게 경례를 하며 내 나라 부하에게 경례를 받아보나?"

최용덕 장군이 전역을 희망하며 쓴 글의 일부이다.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나 군복을 입는다. 상관에게는 경례를 하고, 부하에게는 경례를 받는다. 너무나 일상적이라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내 나라 군복'과 '상관에 대한 경례'가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당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동시에 군인으로서 내 나라의 군복을 입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상관에게 경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갖게 됐다.

앞서 최용덕 장군이 쓴 서한에는 이런 내용도 나온다. '내 나라 군복을 입고 태극기를 그린 비행기를 타고서 조국의 강토를 마음껏 나는 게 꿈'이라고.

최근 우리 공군은 공중급유기 KC-330 시그너스를 전력화했다.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공중급유기 도입을 통해 우리 공군의 원거리 작전능력은 크게 향상됐고, 영공 방위 능력 또한 한층 높아졌다.

오직 내 나라 공군만을 위해 한평생을 바쳤던 최용덕 장군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인 지금의 공군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너무나 일상적이고 당연한 '오늘의 하늘'을 만들기 위해 헌신했던 최용덕 장군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후배 공군이 된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최용덕 장군은 공군인의 가슴에 각인될 ‘공군의 결의’를 제정하기도 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필승의 공군이다. 엄정한 군기 아래 깨끗하고 씩씩하며 서로 도와 단결하며 책임을 완수하고 나아가서 싸우면 반드시 이긴다." 삶이 진득하게 녹아 있는 탓일까? ‘공군의 결의’를 읽노라면 오직 '내 나라 공군'만을 위해 살았던 그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