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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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성이 그려낸 권력 욕망 질투…영화 '더 페이버릿'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그리스 출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는 늘 예상을 뛰어넘는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링과 독특한 세계관은 참신함을 넘어 기괴하게 비칠 정도다.

그의 전작 '더 랍스터'(2015)는 호텔에 입소한 독신자들이 짝을 찾는 데 실패하면 미리 지정한 동물로 변한다는 내용을, '킬링 디어'(2018)는 16살 소년이 놓은 덫으로 인해 한 가족이 서로를 죽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을 그렸다. 다소 황당하고 불편한 이야기 뒤에 번뜩이는 사회 풍자와 인간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담긴 점이 특징이다.

신작 '더 페이버릿:여왕의 여자'는 실험적인 전작들과 비교하면 '정통' 스타일에 가깝다. 18세기 영국 여왕 앤의 총애를 받기 위해 두 여자가 벌이는 팽팽한 신경전과 암투를 그린 시대극으로, 실제 역사를 차용해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는 마치 한 편의 소설 같다. 제1장 '흙에서 냄새가 나요' 처럼 여러 장으로 구성돼 장마다 핵심 대사를 인용한 소제목이 달렸다. 잘 짜인 이야기 구조 속에 세 여인의 감정선이 밀도 높게 묘사돼 상당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란티모스 표' 풍자와 해학도 곳곳에 녹아있다.

절대 권력을 지녔지만,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심신이 쇠약한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 그의 곁에는 오랜 친구이자 권력의 실세로 자리매김한 사라 제닝스(레이철 와이즈)가 있다.

어느 날 몰락한 귀족 가문 출신의 애비게일 힐(에마 스톤)이 사촌인 사라를 찾아와 일자리를 부탁하고, 하녀가 된다. 사라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애비게일은 차츰 여왕 곁에 독자적으로 다가가 총애를 받기 시작한다.

하녀가 제 자리를 넘보자 불안을 느낀 사라, 신분 상승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애비게일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서 질투를 유발하며 은근슬쩍 싸움을 붙이는 앤.

실제 전장 못지않은 불꽃 튀는 전투가 세 여인 사이에서 펼쳐진다. 물론 이들의 싸움을 정색하고 그리는 것은 아니다. 다소 과장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펼쳐낸다. 그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권력과 탐욕, 질투 등 인간성의 밑바닥과 마주하게 된다. 세태 풍자도 담겼다. 여왕은 국가 운명이 걸린 일을 그저 주변인의 말만 듣고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계속된 전쟁으로 국민이 굶주리는 가운데 귀족들은 왕실에서 연일 파티를 열며 흥청망청하고, 벌거벗은 채 토마토를 던지며 놀기도 한다.

무엇보다 세 여배우의 연기 앙상블이 뛰어나다. 세 배우 모두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돼 개성 강하면서도 매력 있는 인물로 완성했다.

특히 올리비아 콜맨은 절대 권력을 쥐고서도 불안과 외로움에 떠는 여왕의 내면과 외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 그 덕분에 제75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와 제7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제72회 영국 아카데미시싱삭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차갑고 지적이면서도 권력을 빼앗기지 않으려 고군분투하는 사라 역의 레이철 와이즈, 여왕의 환심을 사려 발버둥 치는 애비 게일 역의 에마 스톤 연기에도 빈틈이 보지 않는다. 세 배우는 모두 오는 24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1회아카데미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각각 올랐다.

18세기 화려한 왕실 내부를 그대로 재연해낸 비주얼은 영화의 품격을 높인다. 매 장면이 마치 미술관에 걸려있는 명화를 보는 듯하다. 35㎜ 카메라와 여왕의 고립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안렌즈를 쓰는 촬영 기법도 색다른 느낌을 준다. 여성 캐릭터 중심 영화여서 남성 캐릭터들은 비중이 작고 지질하게 나오는 편이다. 2월 21일 개봉.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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