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상시채용 늘린단 발표에 떠들썩한 ‘취업시장’
-지원기회 늘었단 기대 vs 전체채용 규모 오히려 줄까? 시각차

국내 대기업이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던 공개채용 대신 상시채용 비중을 늘리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사업 투자 흐름과 정부의 대대적 일자리 정책에 따라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뽑겠다는 취지지만, 오히려 구직자들은 채용규모 감소와 선발 방식이 까다로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 646곳의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9 신입 채용 방식' 조사를 보면 대기업의 올해 공채비율은 59.5%로 지난해 하반기 67.6%보다 8.1%p 줄었다. 반면 수시채용 계획은 11.8%에서 21.6%로 9.8%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주요 대기업 5곳 중 1곳은 수시채용을 진행하는 셈이다.

대기업이 오랜 시간 고수하던 정기채용 방식을 상시채용으로 전환하면 취업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겨울방학을 맞아 올해 열릴 채용 준비가 한창인 취업준비생(취준생) 역시 변화하는 채용시장 흐름에 민감한 모습이다.

대전의 한 대학가에서 만난 취준생들은 상시채용 비중이 늘어나면 지원기회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A씨는 "대기업 공채시즌이 비슷한 시기에 몰려있어 시험날짜나 면접이 겹쳐 여러 곳을 응시할 수 없어 아쉬웠다"면서 "상시채용으로 일정이 분산되니 응시기회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4학년인 학생 B씨도 "채용날짜가 한정된 정기채용은 그 기간 전에 자격증을 못 따거나 스펙을 못 갖추면 그 해는 취업을 아예 포기해야했다"며 “상시채용으로 채용 주기가 줄어드니 취업 준비도 수월할 것 같다”고 반겼다.

반면 상시채용 확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상시채용이 확대되면 인력배치의 유연성보다는 오히려 기업이 채용규모를 줄이는 방법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취준생 C 씨는 "정기채용은 매년 기업별 채용계획 발표 때 채용 규모를 알 수 있지만 상시는 그게 잘 지켜지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오히려 기회는 늘어나 보이지만 채용인력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갓 취업전선에 뛰어든 또 다른 학생은 "지원 기회가 늘어나도 정시에 뽑을 인원을 나눠서 뽑기 때문에 경쟁률이 크게 낮아지진 않을 것 같다"고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대기업들이 상시채용을 통해 IT나 R&D 분야의 인력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특정 분야 전공자들의 취업 기회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대학교 3학년인 E 씨는 “상대적으로 이과계열 학생들의 인력충원만 많아져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한 다른 계열 전공자들의 일자리가 줄진 않을까 걱정”이라며 “특정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전공자들에게 취업 기회가 보장될 수 있는 기업차원의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길금희 기자 goldenlad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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