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갈머리' 무슨 뜻인지 몰랐다"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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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캐슬' 염정아 "비극적 결말 상상해본 적 있어"

"'아갈머리' 무슨 뜻인지 몰랐다"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쓰앵님(선생님), 저 우리 예서 꼭 서울의대 보내야 돼요."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

최종회 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비지상파 드라마 신기록을 쓴 'SKY 캐슬'('스카이캐슬')은 '쓰앵님', '아갈머리' 등 숱한 유행어를 탄생시킨 배우 염정아(47)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주인공 한서진은 타인의 고통보다 자신의 욕망을 우위에 두는 인물이지만, 시청자들은 선하고 이타심 많은 이수임(이태란 분)보다 한서진에 크게 이입했다.

'핏줄까지 연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서진 그 자체였던 염정아는 보는 이를 몰입시키고 극을 견인해나가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염정아는 연기 경력만 28년이지만, 이 정도의 관심은 처음이라며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감격했다.

"사실 '쓰앵님'은 제가 하는 말인지도 몰랐어요. 저는 정말 '쓰앵님'이라고 한 적 없고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말이 빨라서 '쓰앵님'으로 들리더라고요.(웃음) '아갈머리'는 처음 대본 받았을 때도 너무 재밌었어요. 무슨 뜻인지 몰라서 사전을 찾아봤는데 '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하네요."

'SKY 캐슬'은 최근 수년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작품이지만, 최종회에서 갑자기 모든 인물이 욕망을 내려놓고 과거를 뉘우쳐 '급조된 해피엔딩'이라는 원성도 샀다. 염정아는 결말 논란에 대해 "최선이었다고 생각하지만 시청자 불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밝혔다.

"저 개인적으로도 비극적인 결말로 가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 회 대본은 어려웠어요. 한서진으로 살았던 시간이 있는데 갑자기 용서받으려고 연기 방향을 틀어야 하니까. 속으로 갈등에 부딪히면서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대본을 정말 많이 봤어요. 그렇다고 제가 자연스럽게 연기를 안 하면 보는 분들은 더 불편하실 것 같았죠."

한서진은 극 중심에 있으면서 수많은 사람과 부딪힌다. 캐슬 내 사람들은 물론이고 입시코디 김주영(김서형)과 남편의 혼외자녀 혜나(김보라) 등 많은 인물과 때로는 호의적이었다가 때로는 적대적인 관계를 맺는다. 염정아는 "조금만 감정적인 부분에서 실수하면 방향이 달라져 버리니까 대본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정말 많은 사람과 부딪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역시 김주영이죠. 둘은 주로 한서진이 김주영의 사무실로 찾아가서 부딪히는데, 거긴 정말 기분이 이상한 곳이에요. 깜깜하기도 하고, 거기만 가면 기가 빨려요. 배경이 전부 까만데 (김)서형이도 까만 옷을 입고 앉아있고, 스태프들도 안 보여요. 서형이 얼굴밖에 안 보이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장소에 둘만 있는 느낌이었어요."

염정아는 그러면서 "사실 한서진도 김주영과 마찬가지로 외로운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가족이 있는데 (속을) 나눌 사람 하나 없고, 적대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으니까요. 저도 개인적으로 한서진을 보면서 재수 없는 인간이라는 생각보단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어요."

염정아는 "한서진과 염정아는 성격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면서도 "엄마는 조리돌림을 당해도 괜찮지만, 자식 인생은 포기 못 하겠다는 마음 하나는 이해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혜나가 남편의 혼외자식인 걸 알고 소리 없이 절규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 신(scene)은 조현탁 PD와 서로 의견을 내고 만들어 간 장면이에요. 대본에선 '한서진이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한다'라고만 간단히 나와 있어요. 집에서도 속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한서진이 비밀을 혼자만 알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까지 끓어오르는 걸 어떻게 참지 않을 수 있을까, 분노와 슬픔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감독님과 의논했어요. 결과는 '소리 없이 소리 지르는' 거였죠."

그는 아역들의 연기와 스태프와의 호흡은 '완벽'했다고 자부했다.

"과거 현장에서 아역 연기자들 때문에 감정이 깨지는 경험을 종종 했어요. 'SKY 캐슬'에선 다들 너무 잘해서 제 연기만 잘하면 될 정도였죠. 다들 완벽하게 숙지를 다 해오고, 현장에서 태도도 너무 좋고. 제가 혜윤이 나이 때 저 정도 연기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안면 근육까지 써가며 연기한다'며 자신에게 쏟아진 찬사는 유현미 작가와 조현탁 PD, 현장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유현미 작가님은 대본을 빨리 주세요. 촉박하게 주면 (감정이) 헷갈려서 도저히 찍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유 작가님은 대본을 빨리 주셔서 배우가 연구하고 공부할 시간이 충분했죠. 감독님은 절 '예술적 동반자'라고 해주셨는데 너무 감사하고요.(웃음) 또 얼굴 근육은 의도한 게 아니라 그렇게 자연스럽게 되는 건데, 그걸 잡아내시는 게 카메라 감독님이고요."

염정아는 정형외과 의사인 남편과 슬하에 각각 초등학교 5학년·4학년이 되는 딸과 아들을 두고 있다. 자녀 교육관에 관해 묻자 "한서진과는 아주 다르다"고 답했다.

"전 제가 극성스러운 엄마일 줄 알았어요. 유치원 때까지 애들 일일이 따라다니고, 학원 마칠 때까지 대기실에 앉아있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아이들이 스스로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엄마에서 벗어났죠. 어느 정도 방향 제시만 해주면 할 아이들은 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가 주는 메시지에 대해선 "오죽하면 엄마들이 저렇게 하겠나 싶기도 하고, 안타깝다"며 "남편과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설계하고 계획을 세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발리를 갔는데 그곳 현지인들도 절 알아보더라"라며 드높은 인기를 신기해하던 그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연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도 하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 외에, 상상도 못 했던 역할들이요. 우리나라에선 뮤지컬 영화가 잘 안 나오는데 '맘미미아' 같은 작품을 꼭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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