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23면-서구청장.jpg
지금 우리는 지방분권시대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우리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란 비전 아래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확정했으며, 뒤이어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방자치법이 전면 손질되는 것은 1988년 이후 30년 만의 일이다. 개헌을 통해 연방제에 준하는 지방분권을 실현하겠다는 당초의 의지가 다소 퇴색한 감은 있지만, 역대 어느 정부보다 지방분권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 혹은 지방의회의장 협의체를 중심으로 지방분권 수준 제고를 위한 활발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주민·시민단체·언론·전문가 그룹도 한 목소리로 지방분권을 외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지방분권을 실현할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다.

지방분권 관련 여러 가지 쟁점이 있지만, 반드시 뒷받침 돼야할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중앙과 지방간의 권한 배분에 있어 보충성의 원칙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보충성의 원칙을 정리한다면 모든 의사결정은 주민과 가까운 곳에서 이뤄져야 하고, 상위에 있는 사회단위는 하위 단위를 보조하는 입장에 서야 하며, 이 경우에도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한도에 그쳐야만 한다. 지방정부 특히 기초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일을 하는 생활·현장행정의 중심이다. 또한 청년일자리, 노인복지,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가 풀어가야 할 산적한 과제들은 중앙정부, 광역자치단체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지역주민이 정책을 결정하고 지역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이 기초자치단체에 더 많이 부여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기초자치단체에는 제대로 된 권한 위임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여러 가지 활동이나 기능 수행의 물적 토대라 할 수 있는 지방재정권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지방분권에 관한 정책적 논의도 기초자치단체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구체적인 권한 이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지방분권이 반쪽짜리 지방분권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실질적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구체적인 방안들이 조속히 마련되길 바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새로운 희망의 길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