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연기자로 억지 변신은 거부…현재에 충실하고파"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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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김향기 "자폐 연기, 누군가 상처받을까 부담"

"성인 연기자로 억지 변신은 거부…현재에 충실하고파"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처음엔 자폐 스펙트럼 장애(자폐증)를 가진 친구들이 봤을 때 상처받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어요. 근데 오히려 그럴수록 있는 그대로, 지우가 느낄 수 있는 그때그때의 감정들을 최대한 자유롭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영화 '증인'에서 자폐증이 있는 소녀 지우를 연기한 김향기(19)는 조심스러웠다. 민감한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인 만큼 자신의 말 때문에 누군가가 상처를 입을세라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는 모습이었다.

23일 오후 종로구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지우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제한을 두지 말라"고 했다던 이한 감독의 말을 전했다.

"물론 자폐증에 대해 알아야 할 지식은 자료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교육 영상 자료도 봤고, 자폐증을 지닌 실존 인물에 대한 영화 '템플 그랜딘'도 감독님 추천으로 봤죠. 하지만 장애라는 게, 사람이 각자 다 다른 것처럼 그냥 한 사람으로서 다른 거니까요. 현장에서 연기할 때 최대한 다양한 걸 표현하려고 했어요."

영화 '증인'은 민변 출신이지만 삶에 지쳐 거대 로펌에 들어간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가 살인사건 피고인의 국선 변호인이 되면서 시작한다. 지우가 자폐아라는 점을 파고들어 의뢰인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하는 순호는 점차 지우와 소통하게 되면서 자신의 편견을 깨뜨리게 된다.

김향기는 상대 배우 정우성(46)에 대해 "'신과 함께 2' 홍보 끝날 때쯤 주지훈 삼촌이 (정우성은) 좋은 삼촌이라고, 같이 연기하면 즐거울 거라고 말해줬다"며 촬영 당시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처음엔 긴장이 됐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친근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우성 삼촌은 현장에서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시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순호가 나오는 장면은 현장도, 영화도 안정된 것 같고요."

이제 막 성인기에 접어든 그는 "성인이 됐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성인 연기자로의 변신은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아역배우들은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어떻게 이걸 자연스럽게 넘길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하지만 전 일단 연기하는 게 좋아서, 그냥 열심히 하고 싶어요. 그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조금씩 넓혀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억지로 큰 변화를 주려고 하면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함이 느껴질 것 같아요. 현재에 충실하게, 꾸준히 연기하면서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는 관객들을 향해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사람의 삶을 완벽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해요. 하지만 한 사람을 이해해야겠다는 마음이라도 생긴다면 어쨌든 편견에서는 벗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선 열려있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영화가 끝났을 때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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