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이 폭탄 될수도…불안한 대전 정동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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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이 폭탄 될수도…불안한 대전 정동 쪽방촌
  • 최정우 기자
  • 승인 2019년 01월 14일 19시 07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1월 15일 화요일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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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전 정동 쪽방 곳곳 위험, 연출구 길어 LPG선 인접
분말용 소화기 얼어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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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정동 일대 소재한 쪽방촌의 모습. 겨울철 화재에 무방비한 상태다. 사진=수습 최영진 기자
[충청투데이 최정우 기자] “현관문을 닫아도 외풍은 막을 수 없네요. 돈이 웬수죠.”

14일 오전 10시경 본보 취재진은 대전 동구 정동 일대 소재한 쪽방촌을 찾았다. 살이 에일듯한 추위는 아니었지만,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마치 누군가를 경계하는 듯 문을 걸어잠그며 실내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있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가성비가 높은 LPG가스와 연탄을 선호하다보니, 얼핏봐도 2~3m에 이르는 가스 연결선을 벽을 통해 패턴없이 정리해 논 놓은 모습도 눈가를 찌푸리게 했다.

예고없이 부는 매서운 바람에 사생활 보호나 주변의 시선따위는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였다. 4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는 김 모(68) 씨의 집 입구는 별도의 안전장치도 없이 한눈에 봐도 겨울철 사고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폭발위험 때문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야만 하는 LPG가스통은 길가에 방치된 채 플라스틱 바구니로 덮여 있었고, 가스통과 연결된 호스는 마치 뱀이 똬리를 틀어놓은 것을 형상케했다.

그는 “1000원이 아쉬운 판국에 기름보일러는 꿈에서나 맘껏 틀고 그나마 저렴한 LPG가스를 선호하고 있지만, 이것도 공짜가 아니라서 맘놓고 쓰질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겨울엔 가스통과 연결선이 분리돼 큰 사고로 이어질뻔해 플라스틱 바구니를 덮어 가스 연결선이 빠지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한탄했다.

가난속에 추위까지 견뎌야 하는 쪽방 거주민. 최근 장당 100원이 오른 연탄 가격 또한 부담이지만 쪽방촌 대부분은 기름보일러로 비용 부담이 높아 꽁꽁 싸맨 쌈짓돈으로 연탄을 몇 장씩 주문하지만 사고에 노출돼 있다. 대부분 기준에 못미치는 1.5평에 거주하는 터라 연탄난로를 방안에 직접 놓기도 해 일산화탄소 중독과 화재의 위험 등에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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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정동 일대 소재한 쪽방촌의 모습. 겨울철 화재에 무방비한 상태다. 사진=수습 최영진 기자
근처에서 여인숙을 운영하고 있는 A업주는 “여기엔 가난하게 사는 분들이 많아서 비용을 들여서까지 ‘안전’까지 챙길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예전에는 연탄가스에 노출돼 의식을 잃은 어르신이 기적적으로 발견돼 119구급차를 부른 적도 있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시기를 가늠할 수 없을만큼 오래 전에 쪽방촌이 형성된 만큼 녹이 슬고 물이 떨어지는 연출구(煙出口)들은 출입문 바로 앞에 설치돼 길게 연결돼 2m에 달하는 곳도 있었다. 이 또한 열에 민감할 수 있는 LPG가스선과 인접해 있음은 물론 안전검사가 언제쯤 이뤄졌는지, 사용은 가능한지, 의심될 정도로 노후된 상태였다.

그나마 쪽방촌 중심부에는 중부소방서에서 설치한 분말용(ABC) 소화기가 있었지만, 추운 날씨 탓에 굳어버려 유사 시 제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자 혹한기에 대비한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쪽방 상담소 관계자는 “쪽방촌 거주민들 대부분이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 많아 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과 안전관리 대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며 “단순히 겨울철 월동 물품을 후원하는 일시적인 사회공헌활동보다 열악한 안전사각지대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단지 도와야하는 대상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지역민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오늘도 쪽방촌에 거주하는 170여가구, 200여명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노출돼 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수습 최영진 기자 choiyjcyj@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