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음주감지기에 의한 측정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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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음주감지기에 의한 측정거부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1월 09일 17시 5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1월 10일 목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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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준호 청주청원경찰서 율량지구대 순경

혈중 알코올 농도를 확인하는 '음주측정기'가 아니라 단순히 음주 여부만을 가리는 '음주감지기' 검사를 거부한 행위도 음주측정거부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016년 음주운전 시비가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한 경찰이 출동해 운전자에게 음주감지를 하자 음주반응이 나타났다. 운전자는 음주운전을 추궁당하자 “운전하지 않았다. 경찰서에 가서 밝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운전자를 순찰차에 탑승시킨 뒤 지구대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운전자가 집에 가겠다고 요구했다. 경찰은 운전자를 하차시켰다. 당시 순찰차에는 음주측정기가 없었다. 그래서 경찰은 음주측정을 하기 위해 지구대에 연락했다. 음주측정기가 도착한 후에는 운전자를 상대로 10분 간격으로 4회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운전자는 불응했다. 경찰은 음주측정불응죄로 그를 현행범 체포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으로 이어졌다. 운전자는 1심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심 법원은 불법체포 상태에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는 위법하므로 불응해도 음주측정거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진 2심에서도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1심, 2심과 달랐다.

대법원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경찰로서는 음주측정을 할 필요가 있었다며 (음주측정 전) 음주감지기 시험 결과 음주 반응이 나타났으므로 운전자가 이후 경찰 요구에 불응한다면 음주측정거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음주감지기에 의한 시험 결과에 따라 음주측정기에 의한 측정이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이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경우도 음주측정 거부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한 점에서 의의가 있는 판례라고 생각한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부산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 피해자 고(故) 윤창호씨 사건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다.

이를 계기로 사회적으로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과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나왔다. 이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을 현행 0.05%에서 0.03%으로 강화 △벌칙수준을 징역 5년, 벌금 2000만원으로 강화(현행 징역 3년, 벌금 1000만원)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된 자에 대한 결력기간 상향 △음주치사에 대한 결력기간 신설 △음주운전에 대한 운전면허 필요적 취소기준(3회 이상 → 2회 이상)으로 하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윤창호법까지 발의되면서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대법원은 음주감지기에 의한 측정거부죄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단속과 처벌의 문제를 떠나, 술을 한잔이라도 입에 대었다면 운전대를 절대 잡아서는 안된다는 약속과 다짐이 필요하다.

단 한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잊지 말하야 한다 성숙한 교통시민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