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균 ETRI 중소기업협력부장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황금돼지해는 십이 간지 상 12년에 한 번씩 돌아오지만 기해년 황금돼지해는 60년 만에 돌아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959년 이후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해이기 때문에 어쩌면 일생에 한번 만나기도 힘든 해인지라 내심 어디 숨겨진 복이 없나, 나에게도 대박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에게는 연 초부터 부담이 되는 한해의 시작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미중 무역 분쟁을 비롯해, 북핵 문제, 최저임금 인상, 일자리 문제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재들은 중소기업으로 해금 이중 삼중으로 버겁게 하는 요인이 되기에 충분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다른 외적 요인 외에도 제품개발, 시장개척, 인력수급 등 혁신성장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하지만, 이러한 상황도 녹녹치 못한 현실 앞에 좌절되는 경우도 많다.

필자는 이런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도록 25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원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과학기술계는 정부출연연구원별 R(Role)&R(Responsibility) 재정립을 중심으로 한창 변화와 개혁을 준비 중이다.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셈이다.

연구자 중심의 연구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면서 자율만큼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즉 정부출연연구원의 연구개발 성과가 사장(死藏) 또는 미활용 되는 것이 아닌 국민의 생활 속으로 보다 깊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믿음주는 연구원으로 거듭나자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필자 입장에서는 과거 정부출연연구원의 역할이 국가 R&D를 책임졌다면 이제는 중소기업과 함께 R&D를 하고 사업화를 같이 고민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진정한 국민이 기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본다.

그간 필자가 속한 연구원에서는 R&D성과의 확산과 사업화기업의 혁신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기술사업화플랫폼을 성실히 운영중이다. R&D협력과 기술이전 및 특허 라이센싱, 그리고 추가기술개발을 통해 특허지원과 연구인력 파견 등에 힘써왔다. 아울러 연구시설이나 장비의 지원, 창업·연구소기업 성장지원 등 기능을 통해 강견기업 육성을 위한 중소기업 성장지원을 확대해 왔다.

그동안 연구원과 중소기업이 함께 호흡해 성공한 사례를 보면, ETRI 연구소기업인 ㈜한컴인터프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9개국 언어를 자동 통번역해 주는 지니톡을 통해 글로벌 음성인식·통번역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 또 스마트 그리드 분야 신생업체인 ㈜그리드위즈에 대한 기술·인력 밀착지원으로 에너지-IT융합 서비스 매출액이 2014년 13억원에서 2017년 300억원으로 초고속 성장을 견인했다. 아울러 딥러닝 기술상용화에 성공한 AI솔루션 기업인 ㈜마인즈랩에 대한 투자유치 및 성장지원으로 통해 2015년 2억원 매출에서 2017년 약 70억원 매출과 500억원의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기도 했다. ㈜인포벨리코리아는 관수통합온실제어시스템 기술이전 후 추가 R&D지원을 바탕으로 몽골 바춤버 지역에 스마트팜 시설 상용화를 성공시켜 향후 5년간 연평균 23여억원의 해외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아마도 필자의 연구원뿐만 아니라 정부출연연구원 전체를 보면 중소기업과 함께 똘똘 뭉쳐 어깨동무하며 함께 숨을 고르며 공동개발 및 연구를 통해 성공한 사례는 이외에도 많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출연연구원이 중소기업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많이 준 것이 사실이지만 불확실성이 큰 올 기해년에는 좀 더 강한 결속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정부출연연구원과 중소기업이 따로 걸어가는 것이 아닌 함께 고민을 나누고 보폭을 맞춰 걸어가면서 함께 같은 방향으로 일치된 목표로 나가는 것이 기해년의 숨겨진 복을 찾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올 한해도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는 벤처, 스타트업들에게 많은 복과 행운이 함께 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이 길이 바로 국민소득 4만 불로 가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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