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동시 베스트셀러…세계화에 좌절한 농민 분노 다뤄

▲ 프랑스 소설가 미셸 우엘벡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프랑스 소설가 미셸 우엘벡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지난달 15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가득 메운 노란 조끼 시위대 
[AFP=연합뉴스]
▲ 지난달 15일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가득 메운 노란 조끼 시위대 [AFP=연합뉴스]
▲ 프랑스 파리의 한 서점에 진열된 미셸 우엘벡의 새 소설 '세로토닌'
[AFP=연합뉴스]
▲ 프랑스 파리의 한 서점에 진열된 미셸 우엘벡의 새 소설 '세로토닌' [AFP=연합뉴스]
문제적 작가 우엘벡, 새소설 '세로토닌'서 佛 '노란 조끼' 예견

출간 동시 베스트셀러…세계화에 좌절한 농민 분노 다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꼽히는 미셸 우엘벡(62)이 최근 출간한 소설 '세로토닌'이 '노란 조끼' 연속 집회를 예견해 화제다.

세계화와 유럽연합에 적대적인 프랑스 농민들의 분노를 다룬 이 작품은 출간과 동시에 프랑스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지난 4일 출간된 우엘벡의 소설 '세로토닌'은 한 농업 기술자가 세계화와 유럽연합의 공동농업정책으로 황폐해진 고향으로 돌아와 충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전처를 찾아 고향인 노르망디 지방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공장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하고 빚에 시달리던 농민이 자살하는 고향의 막막한 현실을 마주한다. 제목의 '세로토닌'은 주인공이 복용하는 항우울제의 이름.

좌절한 지방 농민들이 들고일어나 고속도로를 점거하는 등 집단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은 프랑스에서 이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Gilets Jaunes) 연속 시위와 매우 흡사하다.

서민들의 구매력 향상을 요구하는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는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유류세 인하 요구로 촉발돼 전국으로 번졌다.

우엘벡의 일곱번 째 소설인 '세로토닌'은 노란 조끼 집회가 시작하기 전에 집필이 완료된 작품이다.

출판사 플라마리옹은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될 것을 직감, 초판을 32만부나 찍었다. 통상 프랑스의 소설 초판 발간량은 5천부 정도다.

'세로토닌'은 예상대로 4일 출간되자마자 곧바로 프랑스 아마존에서 1위에 올랐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한 67세 여성 팬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우엘벡의 허무주의적이고 통찰력 가득한 전망을 특히 좋아한다. 이런 비전을 가진 작가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주간 르누벨옵세르봐퇴르(롭스)도 세로토닌을 우엘벡의 최고의 소설로 꼽고 "무한한 슬픔이 담긴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지금까지 우엘벡의 최고의 문제작은 2022년 프랑스에 무슬림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프랑스가 이슬람 원리주의의 지배질서로 들어간다는 도발적인 내용의 '복종'이었다.

이 작품은 공교롭게도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난입해 12명을 죽인 2015년 1월 7일에 출간됐다. 숨진 사람 중에는 우엘벡의 절친한 친구도 있었다.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복종'은 프랑스에서만 80만부가 팔려나갔다.

일급 작가로 꼽히는 우엘벡은 전 세계적으로 독자층이 넓은 편이지만, 이슬람교와 유럽연합(EU), 개방경제에 적대적인 입장을 공공연히 주장하는 그에게 극우 진영이 특히 더 환호하고 있다.

작년 10월 한 시상식에서 우엘벡은 유럽에서 무슬림이 가장 문제라면서 가톨릭교회가 다시 최고의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근 미국 문예지 하퍼스 기고문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호평하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최고의 대통령 중 한 명이라고 추켜세웠다.

개방경제와 강력하고 통합된 EU를 옹호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일 프랑스 문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우엘벡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yonglae@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