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진 KEB하나은행 대전황실지점 PB팀장

“사랑하는 아내가 치매에 걸렸다. 자녀들에게는 부담되지 않도록 남편이 홀로 돌봤다. 다행이 경제 사정은 넉넉한 편이어서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남편의 건강이 악화됐다. 살아갈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고. 남편은 죽어가는 자신보다는 홀로 남겨질 아내를 걱정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을 가족에게 부담지울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어찌하나? 다행이도 그는 ‘안심서포트신탁’을 선택하며 이 문제를 해결했다. 신탁 집행인은 남편이 사망 후, 정원이 딸린 주택을 매각해 치매걸린 부인을 요양원으로 모시게 했다. 치매상태이긴 하지만 여러번 그녀를 면담하면서 머물고 싶은 요양원의 가장 큰 주안점이 무엇인지 물었고, 그녀는 흰 쌀밥이 맛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적합한 곳을 찾던 중 4번째 방문한 요양원에서 정말 맛 좋은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당연히 부인을 그곳으로 모시게 했고, 정기적인 방문을 통해 그 부인이 인간답게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지 체크했다.”

이 이야기는 필자가 일본 도쿄에서 미스이스미토모신탁은행의 신탁연수를 받다가 우에키 토시하루라는 재무 컨설턴트의 실제 상담사례를 정리해 본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은 신탁은행이 100군데 넘는 등 보편화 돼있고, 개개인의 요구에 맞춰 이처럼 세심하게 신탁상품이 발전했으며, 다양한 종류의 금융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국내에도 신탁상품이 존재한다. ‘유언대용신탁’은 고객이 살아 있을 때 금융회사가 고객의 자산을 운용하고 사후에는 고객의 요청대로 상속인(수익자)에게 유산을 지급할 수 있는 상품이다. 또한 ‘치매안심신탁’은 현재 치매는 아니지만 치매에 미리 대비 할 수 있도록 했다. 자산관리설계 및 상속지원, 치매 판정을 받은 후 소요되는 간병비, 병원비, 생활비 등을 믿고 지급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이다. 한편 치매는 아니지만 정신적인 제약으로 사무처리가 불가하면 ‘성년후견인신탁’을 통해서 생활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은 금전, 부동산 등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해 주는 도구도 될 수 있다. 그 외도 요근래 양육비지원신탁, 상조신탁, 펫신탁 등도 새로 출시되고 있고, 종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은행창구에서는 종종 상속분쟁으로 가족간에 다툼이 있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한분의 부모님이 살아계심에도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다투는 경우도 봤다. 그런 분들을 뵐때마다 필자는 피상속인의 무지가 너무 딱하게 여겨졌다. 열심히 모은 자산의 이전에 대한 고민이 없었기에 상속분쟁으로 가족경제의 안정이 깨지고, 가족구성원들의 화목을 박살낸 것이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2019년의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꿈과 야무진 계획들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이즈음에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고, 삶의 근간을 촘촘히 챙겨줄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도 존재함에 관심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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