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민간특례… 갈등 씨앗, 생태 지키자 ‘의지’ 공감에도 찬성측은 개발업자들로…
반대는 이상주의자로 왜곡, 흑백논리에 소통단절·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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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충청투데이 DB
[충청투데이 나운규 기자] <속보>= 도시공원일몰제를 앞둔 대전 월평공원(갈마지구)의 해법을 놓고 찬반 갈등을 해소할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11일자 1면 보도〉

도심 생태 숲으로 가치를 인정받아 온 월평공원은 2020년 7월 공원일몰제에 따라 난개발의 위험 앞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공원일몰제가 해제되면 공원 내 개인 사유지의 토지주들은 각종 개발이나 이용을 임의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지난해 도시공원위원회 등을 거쳐 예산 부담을 줄이면서도 월평공원의 자연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민간특례사업을 선택했다. 하지만 시의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결심은 갈등의 시작이었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이 시의 부족한 예산을 감안할 때 최소한의 개발(전체면적의 23%)에 얻은 재원으로 나머지(77%) 공원을 보호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찬성'측과 시의 공원 전체 매입으로 자연을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는 반대 측은 정면충돌했다.

'월평공원의 생태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는 양 측 모두 같지만, 방식을 놓고 찬·반이 갈린 것이다. 시는 이런 갈등을 풀기 위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찬·반의 골은 위원회 내부로 이어져 더욱 깊어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어느 순간부터 찬·반 측은 '개발과 보전'이라는 프레임이 갇혀버렸다는 점이다. 민간특례사업 찬성 측은 월평공원의 숲을 밀어버리고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개발업자들'로 왜곡되기 시작됐다. 반대로 반대 측은 부족한 매입 자원 마련이나 대안 없이 무작정 자연을 보전해야 한다는 '대책없는 이상주의자'라는 인식이 덧씌워졌다.

월평공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양 측의 큰 의지는 사라지고, 무조건의 개발과 보전이라는 양 극단으로 나뉜 대치·대결 상태만 남은 셈이다.

이렇다보니 타협이나 조정의 여지도 공론화 과정에선 찾아볼 수 없다. 월평공원과 관련된 회의나 토론회 등에선 양 측의 날 선 신경전이나 고성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인 도기종 월평공원 잘만들기 주민 추진위원장은 "민간특례사업은 개발이 아닌 월평공원을 지키기 위한 사업"이라며 "단순히 '개발'이라고 잘못 인식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공원이 해제되면 월평공원 내 개인사유지의 난개발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대전시가 장기미집행 공원 내 모든 개인사유지를 매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간특례사업이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반면, 반대 측인 양흥모 대전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민간특례사업은) 생태 숲인 월평공원에 2700세대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봐도 그런(개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월평공원의 찬반 프레임은 지역 사회의 다양한 의견 개진이나 의사 표현을 막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개발 반대 아니면 찬성이라는 선택 논리가 작동하면서 시민들이 입을 닫게 만드는 역효과도 발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의 한 중견기업 대표는 "평소 환경운동이나 시민사회단체 활동도 열심히 참여했고, 월평공원에 대한 입장도 갖고 있다"면서도 "지금처럼 양 쪽이 극명하게 갈라진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어 "합리적이거나 이성적인 고민이나 토론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며 “양 측이 시민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듣고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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