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대전사무소] 이야기로 풀어보는 인권위 결정례

새 봄이 시작되는 2월 말이었지만 아직 바람 끝이 차가웠다. 이동권 씨는 집을 나서며 다시 옷을 단단히 여몄다. 휠체어에 앉아 이동을 하면 추위에 더 잘 노출되기 때문이다. 시계를 힐끗 보니 약속 시간까지 한 시간 반가량이 남아 있었다. 약속 장소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은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동권 씨가 일찍 집을 나선 이유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가 자주 운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상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이동권 씨는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저상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를 확인했다. 10분 후면 도착한다고 떴다. 동권 씨는 버스정류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서 있었다. 다들 추운지 그늘보다는 햇볕 아래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동권 씨는 생일을 맞은 친구를 축하하러 가는 길이었다. 이동권 씨는 지난주에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동권아! 다음 주 목요일이 내 생일이야. 그래서 파티하려고 하는데 올 거지?”
“당연하지. 네 생일에 내가 빠지면 안 되지. 선물은 뭐 받고 싶냐?”

이동권 씨는 생일파티에 초대한 친구와 더 수다를 떨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나서 인터넷으로 친구의 생일선물을 구입했다. 

이동권 씨는 버스를 기다리며 크로스백을 열어 선물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했다. 버스를 기다린지 10분을 훨씬 넘겨 버스가 도착했다. 이동권씨는 리프트 탑승이 가능한 뒷문 쪽으로 갔다. 문이 열리자 버스기사에게 리프트를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버스기사는 리프트를 내려주지 않았다.

“기사님! 리프트 좀 내려주세요.”

이동권 씨는 버스가 그냥 떠나버릴까 봐 더 큰소리로 얘기를 했다. 그래도 리프트는 내려오지 않았다. 이동권 씨가 버스 안을 얼핏 보니 버스기사는 앞문으로 탄 승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동권 씨는 버스기사가 자신의 목소리를 못 들었나 싶어서 더 큰 소리로 리프트를 요청했다. 하지만 곧이어 뒷문이 닫혔고 저상버스는 이동권 씨를 태우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 결국 이동권 씨는 차가운 날씨 속에서 40여 분을 더 기다려 다음에 도착한 저상버스를 이용해야 했다. 친구 생일파티에 참석했지만 오랫동안 추위에 떨어서인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이동권 씨는 며칠 후 저상버스를 운행했던 회사에 전화를 걸어 버스 탑승 거부에 대한 항의를 했다. 버스기사는 리프트를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이동권 씨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고, 버스정류소를 출발하면서 백미러로 보니 그때서야 전봇대에 가려져 있던 휠체어가 보였다고 했다. 

인권위는 저상버스의 경우 휠체어 사용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리프트가 달린 만큼 그것을 운행하는 기사는 일반버스 운전자에 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보았다. 

한편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6조 제1항 제6호를 보면 여객이 승차하기 전에 자동차를 출발시키거나 승하차할 여객이 있는 데도 정차하지 않고 정류소를 지나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법을 근거로 했을 때 버스 운전자가 휠체어 사용 장애인인 이동권 씨를 태우지 않고 정류소를 떠난 행위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차별행위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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