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悲양심적으로 군대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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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悲양심적으로 군대에 갔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18년 12월 06일 18시 42분
  • 지면게재일 2018년 12월 07일 금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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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호 대전본사 편집부장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유승준 아니 스티브 승준 유가 11년 만에 국내 앨범(어나더 데이·Another Day) 발매를 추진하다 비난 여론에 힘입어(?) 무산됐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시민권 취득을 통한 병역기피 논란으로 입국이 금지됐고, 이후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스티브 승준 유의 죄는 군대를 안 간 것이 아니라 군대에 가겠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결국 그가 꿈 꾼 '다른 날'은 현실이 되지 못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장현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따낸 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를 조작한 것이 발각돼 국가대표 자격 영구 박탈과 벌금 3000만원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의 중징계가 아니더라도 대다수 국민은 그를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사정권의 청탁과 압력에 굴하지 않고 소신 판결을 내려 '대쪽 판사'로 칭송 받은 이회창은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을 창당하고 두 차례 대통령선거에 출마했지만,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으로 고배를 마셨다. '대쪽 판사' 이회창은 감사원장과 국무총리까지 지낸 유력한 대권 후보였지만, 軍이라는 어마어마한 변수는 넘지 못했다.

필자는 대학교 1학년 때인 1999년 징병검사를 받았다. 징병검사를 앞두고 한 선배로부터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 선배는 "검사일 전에 3일간 굶은 후 콩알을 3쪽 먹고 가면 위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와 면제 판정을 받는다"고 했다. 무슨 해괴망측한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벼랑 끝(?)에 몰려있던 당시의 필자에게는 구원의 소리였다. 하지만 징병검사 전날 긴장감을 못 이기고 음주를 했고, 그 술잔은 2년 2개월의 군 복무라는 쓴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다. 필자는 '비양심적으로' 군대에 끌려갔다.

지난달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집총거부라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군대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며 14년 3개월 만에 판례를 뒤집었다. 또 국방부는 조만간 공청회를 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정부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36개월 교정시설(교도소) 합숙근무가 유력하다고 한다. 방안이 확정되면 2020년 1월부터 시행된다.

대법이 판례를 뒤집은 날, 필자는 인권이라는 큰 명제 아래서 판결을 받아들이면서도 불쾌함은 숨길 수 없었다. 젊은 날의 한 부분을 국가에 헌납하는 대다수 대한민국 청년들은 정당한 사유가 없어 끌려간다는 말 같았다. 그리고 판결이 나온 후 마치 승자처럼 기뻐하는 그들에게도 "종교적 신념은 인정하지만 국민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음에 대한 미안함 정도는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이런 태도는 '꼰대'라고 비난받을지 모르나, 부모님께 큰절하고 집을 나서 일면식도 없는 적군을 죽이는 훈련을 위해 땀 흘렸던 '예비역'으로서의 '정당한' 울분이었다.

필자는 해마다 깜깜이·졸속 예산안 심사를 하는 국회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이것은 교육의 의무를 통해 배웠던 올바른 정치도 정의도 아니다. 그래서 '양심적으로' 납세를 거부하고 부과된 세금만큼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 이것은 분명한 필자의 ‘신념’이다. 우리는 분명 국방·교육·근로·납세를 국민의 4대 의무라 배웠다. 그런데 왜 어느 것은 되고 어느 것은 안 되는 것일까. 진심으로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