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필자는 지난 토요일 동구 판암동 생명종합사회복지관의 ‘마음누리터’ 개소식에 다녀왔다. 영구임대아파트 2000여 세대가 거주해는 곳에 위치한 복지관 2층에 들어서니 밝고 화사한 ‘마음누리터’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복지관 2층 오른쪽 공간에 자리 잡은 ‘마음누리터’는 2018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돼 기존의 프로그램실 3개(약 265㎡)를 통합해 정글짐, 장난감도서관, 카페테리아로 구성된 예쁜 놀이공간과 작은 소극장 형태의 ‘누리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개소식 소식을 접한 젊은 부모와 어린이 200여명이 왁자지껄 웃음꽃을 피우며 어린이들의 놀이공간 탄생에 환호해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노인 인구가 많은 동구(16.16%)이기에 혹자는 어린이들 목소리 듣기가 어렵다고 얘기해는데, 그 소리가 뜬소문인양 마음누리터엔 뛰어노는 아이들의 에너지로 넘쳐나는 걸 보며 그동안 어린이와 부모들이 얼마나 이런 공간에 갈망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준한지 27년이 됐고,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보고 이들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한 협약이다. ‘대한민국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국가보고서’가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2017년 12월 제출됐고 40여개 단체가 참여한 유엔아동권리협약 한국 NPO 연대는 국내 아동인권 증진을 위해 지난 11월1일 유엔아동권리위원회에 ‘대한민국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국가보고서’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담아 시민사회 연대보고서를 제출했다.

또 지난 11월에는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는 대한민국 최초의 아동 주도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아동보고서로 모든 결정을 아동 스스로 주도해 전국에 있는 아동 394명의 의견과 성인·아동을 포함한 1472명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아동보고서는 ‘교육으로 인해 고통 받는 아동’이라는 주제 아래 협약의 주체인 아동들이 경험에서 체감해는 아동들의 고통과 이에 따른 대안을 제시했다. ‘교육으로 인한 아동들의 고통’을 살펴보면 먼저 명문대 진학 목표 사회적 풍토로 지나치게 긴 학습시간으로 인해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보낼 수 없다. 또 성적이 좋은 학생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해는 등 성적으로 인한 다양한 차별이 존재해 시민으로서 권리와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아동의 흥미나 적성을 반영한 진로체험 교육이나 예체능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공교육이 아동들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하기도 하다. 아울러 지역, 문화, 소득, 장애, 학업중단 여부에 따른 다양한 상황에 놓인 아동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교육 격차가 심하며 입시제도가 성적위주로 이뤄져 있어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해 불합리하다.

아동보고서를 통해 들여다본 아동들이 바라는 세상은 학교가 복지관의 ‘마음누리터’처럼 그저 놀고 싶을 때 놀고, 뛰고 싶을 때 뛰고, 쉬고 싶을 때 쉬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아동들이 침해받고 있는 놀 권리, 쉴 권리 보장을 위해 정부와 교육기관, NPO, 학부모 등은 제도개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고, 아동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키우고,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아동에게 최상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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