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한 해 동안 총 35만 8000명의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집계 사상 처음으로 올해 합계출산율이 1.0명에 못 미칠 거란 전망을 공식화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15~49세)이 가임기간 동안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2.1명이상이 되어야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의 산아제한 정책과 급속한 발전으로 이미 1983년에 2.06명까지 떨어져, 인구대체수준이 무너진 지 오래다.

사실, 저출산 문제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4.0명에서 1.6명으로 하락하는데 약 100년이 소요된 반면 우리나라는 약 17년 만에 이뤄냈다. 이러한 기록에 전 세계가 놀랐을 정도다. 한국은 2001년부터 초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다. 대전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전국평균인 1.05보다는 높지만, 17개시도 중 일곱 번째로 낮다. 2015년 1.27, 2016년 1.19과 비교해도, 이미 대전도 초저출산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대전은 올해 2월 이후 총인구가 150만 아래로 내려간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인구감소현상은 타시도로의 전출자가 증가한 것이 큰 요인이지만, 출생자 수의 감소도 한 원인으로 보여 진다. 다행히 아직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이 높아 젊은 도시에 속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우리 대전도 초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의 인구문제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정부가 합계출산율이 2.1명 아래로 떨어진 1983년에 이미 인구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초저출산 현상은 그 시기를 놓치고 1995년까지 인구억제책이 계속된 것에 따른 정책 실패의 결과라는 것이다. 뒤늦게 시작한 정부 정책마저도 보육료, 임신출산 의료비 등 말 그대로 출산율을 높이기에만 몰두했던 한계가 있었다. 이제라도 출산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아. 워킹맘은 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죄인, 어른들께도 죄인, 애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 계속 할거면 결혼하지마, 영이씨." 2014년 전국 직장인을 울리고 웃겼던 드라마 '미생'속 워킹맘, 선차장의 대사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레 결혼과 출산은 직장여성에게 커다란 딜레마가 되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결혼을 하지 않거나,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을 계획하기도 한다. 이렇듯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출산과 양육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출산과 양육에 대해 개인, 사회, 국가 모두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 인구교육을 통해 학교부터 직장까지 관심을 유도하고,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만큼, 직장에서도 엄마, 아빠로서의 삶을 존중해주고 지원해주는 문화가 자리 잡혀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야근과 회식을 줄이기, 육아휴직이 당연시 되는 문화, 아이가 아프면 언제든 쓸 수 있는 돌봄 휴가 보장, 임산부와 워킹맘에 대한 배려, 아빠 스스로 육아에 관심 갖기 등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때 저출산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인식개선과 함께 현실적인 정책도 마련돼야 한다. 출산 이후에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공 보육시설 확충도 필요하다. 워킹맘이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새벽·야간 돌봄서비스 확대, 신혼부부 보금자리주택 혜택, 자녀양육가정 세금 감면 확대, 아빠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보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불어 청년층 일자리 증가와 소득 확대, 누구에게나 열린 균등한 기회 보장, 공평한 사회 실현, 양성 평등에 의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는 시스템과 인프라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각종 범죄와 사건 사고로부터 보호하고 어린이 교통사고 제로화를 위한 도시기반도 조성해야 한다. 아이들이 즐길 거리와 다양한 문화축제를 통해 육아가 매력 있는 도시로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아이가 행복한 도시로의 발전이 출생률 증가와 활발한 인구유입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를 낳는 문제는 당사자인 엄마 아빠에게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다만, 적어도 아이를 낳고 싶어도 직장 때문에, 경제적 부담 때문에, 육아 부담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향후 30년 이내 인구 부족으로 전체 3분의 1이 넘는 읍면동이 소멸될 수도 있다는 경고를 모든 지자체가 가벼이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라도 지자체와 국가가 손을 잡아 위기를 기회로 삼고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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