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사바사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은밀하게 뒷거래를 통해 떳떳하지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을 조작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경리직원과 상사가 사바사바 하더니 경리직원의 공금횡령이 없던 일로 돼버렸다.'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분명 우리말이 아니다. 1999년 속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됐다. 그렇다면 어디서 온 말일까.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글이 형태나 의미가 변형됐거나 일본글이 우리글처럼 쓰이는 등 언어 침략이 심했다. '사바사바'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고등어'가 '사바사바'의 유래로 알려진다. 옛날 일본에서는 관청이나 상사에게 청탁할 때 그들에게 고등어를 뇌물로 바치는 관행이 있었다. 이른바 ‘와이로(賄賂:회뢰)’로 고등어가 최고였다. 당시 고등어는 무척 비쌌고 일본인의 최고 인기 생선이었다. 고등어가 일본말로 '사바'다. 청탁할 때 '사바(고등어),사바(고등어)'라고 한 것이 은밀한 청탁의 한 수단을 표현하는 말이 됐다 한다. 이 관행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로 건너왔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순사를 만나 일을 처리할 때 고등어를 뇌물로 주면(사바사바하면), 일이 잘 처리되고 문제가 해결됐다고 한다. 당시 일부 사람들이 일본 순사에게 알아서 기던 상황을 추측해 보면 '사바사바'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고등어를 뇌물로 주는 행위는 부조리와 비리를 감추는 부작용을 낳는다. 비리의 온상임에는 틀림없다. 합리적, 공개적으로 처리돼야 할 일들이 당사자 사이에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된다. 당사자만 입 다물면 만사가 끝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사바사바'가 편재한 사회는 부조리하고 청렴하지 않다. 건실하지 않아 부패한다. 심지어 사바사바를 온정(溫情)으로 감싸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바사바는 마약과 같아 부지불식 습관화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가 179 나라 가운데 52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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