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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칼럼] 허재영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비혼(非婚)이란 결혼하지 않았거나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혼(未婚)은 마땅히 결혼할 것이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이다. 즉, 미혼은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고, 비혼은 결혼을 선택적 사항으로 보는 여성계에서 결혼상태가 아님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1990년 9%, 2000년 15.5%, 2010년 23.9%, 2017년 28.6%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보면 앞으로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분포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1인 가구 중에 비혼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그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음은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 주목하게 되는데, 2000년대 이후 사회적으로 ‘비혼 여성’들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가족 안의 어머니나 아내로 머무르고 싶지 않다거나, 가족 내에서의 성별 분업으로 인해 여성들은 일과 돌봄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떠안고 있어서 이에 대해 저항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결혼이 의무로 인식되었던 시대로부터 결혼이라는 제도 바깥에서의 삶을 지지하는 여성운동도 시작되었다고 한다. 결혼과 육아를 삶의 필수요소가 아닌 선택적 요소로 보는 시각이 나타나고, 독신을 선호하는 사람의 수가 현실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독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출산의 감소 즉, 인구감소가 현실적이고 시급한 해결과제로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출산의 장려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만, 아직 미혼의 젊은이들에게 적합한 장려책은 마련되고 제시되고 있지는 않다. 결혼이 출산의 수단으로서 검토되거나 사회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 또한 나이든 사람에게 충분한 연금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검토해서는 문제의 해결책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불행히도 그간 결혼과 출산에 대한 논의는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이루어져 왔다.

결혼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개인 간 동거계약(PACs, 시민연대계약)만 있으면 조세·육아·교육·사회보장 등에서 법률혼과 동등한 대우를 해준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해 신생아의 약 60%가 결혼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고 보도되고 있다. 다양한 결혼형태에 대해 유연하게 수용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도 동성 간에게만 허용되었던 시빌 파트너십(civil partnership, 시민협약제)을 이성간에도 허용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남편이나 아내가 아니라 시빌 파트너라고 부르는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들이 법적으로 신고하면 상속, 연금 등에 있어 결혼제도와 동일한 법적 보장을 받게 된다.

때때로 우리 삶의 목표가 경제적 풍요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결혼의 목적이나 결혼생활의 양식이 가족 간의 정신적 만족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결혼과 출산은 삶의 품격에 관련한 주제로 접근해야 하며, 인구감소와 노령인구 증가에 대한 대책으로 접근해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행복한 결혼과 행복한 출산을 가능하고 그 결과로써 인구의 증가가 이루어지며, 그 다음에 노령화 사회에 필요한 활력이 만들어지는 정책의 흐름이 필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우리 사회에 수용하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앞서야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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