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제조창에 300여마리 둥지
배설물 미술품 부식 우려 높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관을 앞두고 도심 속 비둘기에 지자체와 미술관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1일 청주시에 따르면 577억 50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다음 달 27일 준공·개관한다. 청주관은 옛 청주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해 연면적 1만 9855㎡의 지상 5층 건물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첫 분관이다.

개관을 한달 가량 앞둔 청주관이 비둘기 문제로 속앓이하고 있다.

옛 연초제조창에는 대략 300마리가 넘는 비둘기가 둥지를 틀고 있다. 비둘기 배설물은 산성 성분이어서 미술품을 부식시킬 수 있다. 고가의 미술품을 운반 혹은 전시하는 과정에서 비둘기 배설물이 묻기라도 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청주시에 “청주관 부근에 서식하는 비둘기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청주시는 환경정책과, 도시재생사업과, 문화예술과 등 해당 부서가 참여하는 회의를 열었지만, 묘책을 찾지 못했다.

회귀 본능이 있는 비둘기 서식지를 옮기려면 산 채로 포획해 적어도 반경 20㎞ 밖으로 보내야 한다.

비둘기를 이 거리만큼 옮기려면 새로운 서식지가 북쪽으로는 증평군을 넘어 진천군, 동쪽으로는 괴산군 청천면, 서쪽으로는 세종시 전동면, 남쪽으로는 대전시 대덕구 신탄진 중 어느 한 곳에 걸치게 된다. 해당 자치단체가 청주시의 비둘기 서식지 이전을 달가워할 리 없다.

옛 연초제조창 일대에서는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선도사업이 추진되고 있고 인근 내덕동과 우암동에서는 뉴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도시재생사업이 본격화되면 그 주변의 비둘기가 옛 연초제조창으로 몰려들 수도 있다. 일회성의 서식지 이전 사업이 하나 마나 한 일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비둘기 서식지 이전에 대한 협조를 구하려고 오는 28일 한범덕 시장을 만날 계획이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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