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봉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지역의 한 사립대학 교수에게 학생을 추천 받았다. 마침 공단에 채용계획이 있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해당학생이 채용됐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퇴사 소식을 들었다. 담당자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제가 생각했던 공단이 아닌데요”라며 회사를 떠났다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이나 건강관리공단만은 못해도 교수님이 소개해준 대덕산단이 나름대로 위상과 권위를 갖춘 공단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근무해보니 다니고 싶지 않게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청년들이 바라는 수준과 중소기업 간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임금격차는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올해 대기업신입사원의 평균 초봉은 3748만원으로 중소기업의 초봉 2636만원보다 약 1100만원이나 높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만큼 격차를 보이는 것이 희망연금과 기업의 실제 지급가능 임금이다. 워크넷에 따르면 7월 신규 구직자의 평균 희망임금은 201만 3000원으로 구인업체의 평균제시임금 193만 2000원보다 8만 1000원 높았다.

임금체계는 더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남녀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영세기업 △공무원·공공기관에 따라 초임은 사뭇 다른 규모와 형태를 기록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첫 직장의 임금 수준이 향후 10년 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효과와 청년고용대책에 관한 시사점’에 따르면 전문대졸 남성의 경우 첫 일자리에서 받았던 임금이 평균보다 10% 높을 경우 1~2년 차 때 임금은 평균보다 약 4.5% 정도 높고 11년 차 이상에서는 약 3.8%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4년제 대졸 남성은 첫 일자리 임금이 평균보다 10%보다 높은 경우 1~2년 차의 임금은 평균보다 약 4.6% 높고 9~10년 차에도 4.4%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했다.

높은 임금이나 쾌적한 근무환경은 우리의 청년들이 첫 일자리를 얻기 위해 취업 준비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다. 대기업과 비교해 임금과 복지, 근무여건 등에 있어 상대적으로 열악한 우리의 중소기업을 젊은이들은 외면하고 있다. 오늘 당장 기업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중소기업이 상당수지만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위상 정립도 필요하다고 본다. 의미 있는 경험과 소비, 일상에서의 여유를 중요시하는 청년들에게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에 취업하라고 윽박지를 수는 없다.

소득 3만불 시대를 살아온 오늘날의 청년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만족하며 삶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지향한다고 한다. 이들이 삶의 목표와 방향을 확립하고 사회에 진입하도록 탐색과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전략일 것이다. 우선 당장 노후 된 산단시설과 환경을 정비하고 젊은이들이 원하는 편의시설을 갖추는 작업도 시급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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