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가을이 깊어간다. 현장행정을 위해 유성 곳곳을 다니다 보면 깊어가는 가을을 어렵지 않게 만난다. 도심에서는 노랗게 변해가는 대학로 은행나무가 장관이고, 수통골은 산 전체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늦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이 아름다운 가을 풍경과 함께 국화꽃 향기가 가을하늘을 수놓은 곳이 있다. 바로 유성구청 직원들과 주민들이 만들어 낸 유성국화전시회장이다. 지난달 13일 유림공원에서는 ‘제9회 유성국화전시회’가 올해도 변함없이 열렸다. 형형색색의 국화, 조형물, 포토존, 은은한 조명이 준비된 올가을 전시회는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밭에 나는 작물들도 농부의 발걸음 소리에 성장한다고 하는데 전시회장을 가득 메운 국화도 저절로 피어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아름다운 국화가 피기까지는 직원들과 주민들의 정성과 열정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유성국화전시회는 저예산으로 효율적이면서 지역 일자리까지 창출하고 주민의 소통과 힐링의 장이 되는 의미 있는 축제다.

올해는 특히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대폭 확대돼 국화전시장이 한층 풍성해졌다. 사회적경제한마당, 로컬푸드페스티벌, 행복팜 프리마켓, 국화마라톤 대회 등 연계행사에만 170여 개 단체, 1만 6000여 명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그만큼 유성은 주민자치 역량과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역량을 기반으로 민선 7기에는 지역의 모든 정책 수립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인 주민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주거, 보육 등 마을 공동의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해 유성이 자치분권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충남대, KAIST, 한밭대와 같은 국립대학이 있는 젊은 도시의 특징을 살리고 젊은이들의 열정을 담기 위해 대학 e스포츠대회를 처음 열었다. 이번 대회는 국화전시회를 한층 젊게 만들고 젊은이들과 소통공간을 마련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그리고 올해 전시회는 유림공원을 벗어나 온천로 일원까지 확대해 온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유성의 아름다운 가을을 선사했다. 지난해보다 짧은 전시 기간에도 50만 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이유다. 또 계룡스파텔 잔디광장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군과 함께 하는 음악회’를 개최해 가을 저녁 지역 주민들에게 아름다운 선율과 화합의 시간을 선사하기도 했다. 관광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에도 온천로에서 가을 국화를 만날 수 있도록 좀 더 세심한 준비를 할 계획이고 이와 함께 온천로 일원을 지역의 색깔을 입혀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들어 갈 계획이다. 국화전시는 주말까지 연장해 지난 4일 끝났다. 하지만 여전히 전시 기간 동안의 수많은 인파 여운이 남아있다. 가족 단위 관람객들 외에도 유성구가 주관한 전국건강도시협의회(KHCP) 정기총회에 참석한 자치단체장들의 국화전시장 방문, 온천공원 족욕장 체험 등은 유성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이기도 했고 유성의 자랑이기도 했다.

대부분 단체장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겠지만, 유성구도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아와 꽃을 보며 가을을 만끽하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생활의 편리를 가져오지만, 사람들은 더욱더 메마르고 각박한 사회에 살게 된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지자체가 잠시라도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은 주민을 생각하는 자치행정의 섬세함이라고 생각하고, 내년부터는 주민들의 생활 자치 역량을 바탕으로 국화전시회를 더욱더 새롭게 ‘시민 힐링 공간’으로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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