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하재주(62) 원장이 임기 절반가량을 남기고 중도 사의를 표명했다.

14일 원자력연구원 등에 따르면 하 원장은 최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연구원 간부 등에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2017년 3월 취임한 지 1년 7개월 만이다. 하 원장의 사임으로 차기 원장 임명 전까지 백원필 부원장이 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하 원장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은 올 들어 원자력연구원이 해체 폐기물 무단절취와 부실 관리, 방사성 폐기물 처리창고 화재발생 등으로 적잖은 질타를 받은 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연구원은 방사성 폐기물과 관련한 연이은 사고로 기관경고만 두 차례나 받았다. 폐기물 무단절취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하 원장은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법·규정 위반 사례 자진신고 운동을 펼치며 적극적인 자정 노력을 펼쳐왔다. 

그러나 사안이 중대하고 국정감사를 비롯해 국민적으로 큰 질타가 이어지면서 상위기관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사퇴 압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이임식은 다음 주 초 대전 유성구 연구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 원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원자력연구원노조는 성명을 통해 “정부가 명확한 사유나 공식적 의견 표명 없이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원장 사퇴를 집요하게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점차 현실화되는 탈원전 정책 부작용을 가리고 책임을 회파하기 위해 연구원을 흔들고 있다”면서 “연구원과 임단협 교섭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원장 사퇴를 압박해 헌법에 보장된 정당한 노동권리를 침해한다면 정부의 독단적 권력횡포에 결연히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하 원장 사퇴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원자력 유관기관장들이 연이어 중도 낙마했다. 지난 5월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성게용 원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했고,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 강정민 위원장도 국정감사 도중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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