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근동 역사로부터 배우는 물관리 미래
상태바
고대 근동 역사로부터 배우는 물관리 미래
  • 충청투데이
  • 승인 2018년 11월 05일 20시 08분
  • 지면게재일 2018년 11월 06일 화요일
  • 23면
  • 지면보기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용 K-water융합연구원 물정책연구소 과장
물은 고대 문명 발생의 근원이었고 천연의 국경 역할을 하는 등 인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세계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도 지금의 터키 동부 지역에서 발원한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에서 꽃을 피웠다. 현재의 기준으로 볼 때 시리아 북동부, 이라크, 이란 서남부 일부 지역이다. 세계사 수업시간에 들어 어렴풋이 기억날만한 수메르, 바빌로니아, 아시리아가 두 강의 중·하류 지역에서 나타났다.

두 강은 이집트의 나일강과 달리 범람이 잦았고 시기도 불규칙했기 때문에 이 지역을 지배한 고대 국가들은 물관리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했다. 기원전 3200년경 이 지역 최초로 건설된 수메르 도시국가들도 식수와 농업용수 확보가 중요한 문제였다. 이는 수메르 지역에서 발견되는 유적과 수메르어에 운하, 제방, 저수지 등과 관련된 단어가 많이 발견된다는 점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 고대 국가들의 흥망성쇠는 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세계 최초의 문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수메르(Sumer)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물을 이용한 밀농사가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초기에는 관개용수를 통해서 밀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도시의 인구도 늘어나면서 문명이 발달한 것인데, 정확한 계산 없이 관개용수를 끌어 쓰는 데만 관심을 쏟은 것이 문제였다. 경작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물이 농지에 공급되고 이 남은 물이 뜨거운 기온으로 인해 쉽게 증발되면서 농지에 염분이 장기간 축적된 것이다. 결국 염분에 취약한 밀 수확량이 급감했으며, 강 상류 지역으로 인구가 이동·유출되는 등 국력이 약화돼 갔다. 결국 기원전 2004년 경 엘람인의 침입으로 멸망하고 셈족 계통인 아모리족의 지배를 받게 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우리나라도 경제개발 초기에 가장 먼저 한 일이 충주댐 등 강 상류 지역에 댐을 건설해 생·공용수를 확보하고, 농촌 각지에 농업용 저수지를 확충하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농업생산력과 제조업 성장이 큰 폭으로 증가하게 하는 등 물분야는 국가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데 기여했다. 다만 최근에는 단순히 물을 확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물을 깨끗하게 관리·이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즉 낭비되는 물을 막고, 지속가능하면서 건전한 물순환 체계를 회복하기 위한 통합 물관리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올해 5월 국회에서 물관리기본법이 통과됐으며 내년 6월 13일부터 시행된다.

환경부가 중심이 돼 수량과 수질을 동시에 관리하는 이른바 물관리 일원화의 첫발을 내딛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물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유역별로 유역물관리위원회가 설치되는데 물분야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를 확보하고 유역별 특징을 살린 물관리 행정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여기서 유역이란 분수령(分水嶺)을 경계로 해 하천 등이 모이는 일정한 구역을 말하는 것으로 광역 시·도의 경계와 일치하지 않으며, 훨씬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금강 유역이라고 하면 충청도 뿐 아니라 전북과 경기도의 일부를 포함하게 되는 식이다.

물관리 일원화는 단순한 추상적 논의가 아니고 생명권과 건강하게 살 권리 등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현실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관리 일원화의 첫발은 입법을 통해 시작됐지만 이를 정착시키고 성공시키는 것은 결국 시민들의 관심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