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수지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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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수지탄
  • 충청투데이
  • 승인 2018년 11월 04일 17시 27분
  • 지면게재일 2018년 11월 05일 월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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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이삭이 무성함을 탄식한다>

중국 고대 3왕조의 하나인 은(殷)나라 주왕이 향락에 빠져 국사를 돌보지 않고 폭정을 일삼자 이를 지성으로 간한 시하 중 삼인(三仁)으로 불리던 세 왕족이 있었다.

미자(微子), 기자(箕子), 비간(比干)이 그들인데 그 중 미자라는 사람은 주왕의 친 형으로서 누차 간했으나 듣지 않자 어쩔 수 없음을 간파하고는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망명을 하고 말았다.

뒤이어 기자도 미자와 마찬가지로 망명하고 말았다. 그는 은나라의 왕족이라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 거짓 미치광이가 되고 또 노예로까지 전략하며 어려운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왕자 비간은 끝까지 간하다가 결국 가슴을 찢기는 극형을 당하여 죽고 말았다. 그러나 세월은 무심하지 않았음인지 주색에 빠져 있던 주왕은 자기를 보좌하던 세 제후의 한 사람 이였던 서백(西伯)의 아들 발(發)이라는 사람에 의하여 참혹하게 죽어갔으며 다시 천하는 주왕조(周王朝)로 바뀌고 말았다.

주나라의 시조가 된 무왕(武王) 발은 은왕조의 봉제사(奉祭祀)를 위해 미자를 송왕(宋王)으로 봉했다. 그리고 기자도 무왕을 보좌하다가 조선왕(朝鮮王)으로 책봉되었다. 그리고 무왕은 망명자에서 어렵게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자를 고국으로 돌아오도록 명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기자가 망명지에서 주나라의 도읍으로 가던 도중 은나라의 옛 도읍지를 지나게 되었다. 그렇게 번화하던 옛 도읍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빈 궁궐터엔 보리와 기장을 비롯한 잡초만 무성했다.

세상의 변화에 눈물겨워 하며 만감이 교차되는 순간 옛 태평성대를 그리워한 기지는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읊었다. 보리 이삭은 무럭무럭 자라나고 / 벼와 기장도 윤기가 흐르는 구나 / 교활한 저 철부지(주왕)가 / 내 말을 듣지 않았음이 슬프구나 /

교활한 왕은 자신도 망치고 결국 나라마저 망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일화로 나라가 망하는 것을 보고 탄식하며 안타까울 때 표현하는 말로 “보리 이삭이 무성함을 탄식한다(맥수지탄:麥秀之嘆)”는 뜻으로 시를 읊었다.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