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94원 수거 노인 힘겨운 겨울나기

▲ 30일 폐지 줍는 노인이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손수레를 끌고 있다. 진재석 기자
“꼭두새벽부터 밤까지 온종일 돌아다녀야 고작 6000원 손에 쥐어요.”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의 수입중단을 선언하며 폐지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겨울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30일 한국환경공단의 10월 재활용가능자원가격조사에 따르면 1㎏당 폐신문지 가격은 충북 94원, 충남·강원 98원, 수도권(서울·경기·인천 등) 104원이다. 지역별로 가격 차는 있지만 대부분 100원 안팎 가격으로 형성됐다.

지난해 10월 1㎏당 폐신문지 가격이 충북·충남 152원, 강원 98원, 수도권 155원 등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 년 새 절반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

10월 충북지역 1㎏당 폐골판지 가격은 58원으로, 지난해 148원에 반의 반도 안되는 가격이다.

폐지 가격이 이렇게 하락한 이유에는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의 수입중단을 선언하면서다.

재활용 쓰레기의 중국 수출길이 막혔고 폐지 등 재활용 쓰레기들이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폐지 재고가 쌓이며 낮은 가격이 형성됐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폐지를 줍는 노인들은 겨울을 앞두고 한숨만 내뱉고 있다.

최악의 취업난 속에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노인들 대부분이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폐지수거를 선택한다. 이들에게 폐지수거는 소일거리가 아닌 직업 중 하나인 셈이다.

청주시가 지난 4~5월 지역 내 폐지 줍는 노인 현황을 집계한 결과, 청주지역에는 520여 명의 폐지줍는 노인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400여 명의 노인이 은퇴 후 생계를 위해 폐지를 줍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거리를 헤매며 폐지를 줍고 있지만, 수중에 쥐는 돈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루종일 돌아다녀 100㎏ 가량의 폐지를 수거한다해도 손에 쥐는 돈은 단돈 5000~6000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소규모 자원관리업체의 경우에는 1kg당 폐지 가격을 40~50원 정도 쳐줄뿐더러 폐지를 줍는 경쟁자까지 늘어나면서 수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이다.

청주에서 폐지를 줍는 70대 노인은 “6∼7년 전에는 폐지 값도 비쌌고 경쟁도 심하지 않아 8시간 정도 수거하면 2만원 이상은 벌었다”며 “지금은 폐지 값도 낮은데 경쟁까지 치열해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도내 자원관리업체 관계자는 “재활용 쓰레기의 중국 수출길 막히면서 폐지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다”며 “노인들이 폐지를 찾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데 딱히 도와드릴 방법도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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