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세종역 신설’ 재추진을 두고 충청권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다. 사실상 세종시가 충청권의 대척점이 되는 양상이다. 이는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당초 세종시 건설 취지와 달리 인접지역 인구가 유입되는 '세종시 블랙홀' 현상에서 기인한다. 이런 기류 탓에 대전과 세종, 충남·북 등 4곳의 단체장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외에 충청권 현안을 두고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KTX 세종역' 등 지역 관련 현안에 대해서는 주민 여론에 따른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해찬 대표는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권을 거머쥐며 금의환향 했다. 그리고 2016년 총선 '대표 공약'이었던 KTX 세종역 신설 재추진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는 세종역 신설에 대한 "사업 논의를 중단해달라"고 이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요구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종역 설치로 오송역이 쇠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충남도 비슷한 상황이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대의적 명분을 내세우며 찬성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자, 충청권 공조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면 도지사로서 용인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광역자치단체장이 지역 민심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토균형발전이란 거시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국책사업마저 지역구 이익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세종시의 숙명과도 같은 행정수도 명시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등도 총론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세종역 논란과 같은 상황이다. 자칫 '세종시 호재=충청권 악재'라는 공식이 성립돼 세종시가 들어가는 지역 현안은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견제 심리'가 고착화될까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정치권이 지역 민심을 핑계로 ‘상생 발전’을 모색해 나가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 채 ‘각자 도생’에만 몰두하는 작금의 행태가 지속될까 걱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발표했던 충청권 공약에서 ‘지역 간 갈등’을 이유로 세종역 설치가 제외됐던 경험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세종시가 견제 대상으로 고착된다면 자칫 충청권에 떨어질 몫도 스스로 걷어차 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승목·서울지사 취재부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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