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주 농협 청주교육원 교수

9월 18일 일요일, 한강을 달린 수백명의 청년들, 서울 각 지역에서 출발한 32개 달리기 동호회 회원 600여명이 6~8k㎞씩을 달려 서울 숲으로 모였다. 대부분 2030세대였다.

한국의 달리기 인구는 2000년대 중반 300만여명이었는데 대부분 중장년층이었다. 그런데 2010년대 들어 밀레니얼(2030)세대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그 수가 급증, 지금은 600만여명을 넘어섰다. 인구의 10%이상이 달리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속속 달리기 출발선에 서고 있다. 

확산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고 그저 취미 삼아 달리던 아버지 세대와 달리 운동이 아니라 하나의 생활로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말한다. 그런데 왜 컴퓨터와 함께 자랐고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 세대가 땀을 쏟고 숨을 헐떡여야 하는 가장 힘들고 볼품없는 운동에 빠졌을까?

두 다리를 번갈아 앞으로 내딛는 단순한 운동이지만 달린 기록은 신발과 연동된 스마트폰 앱, GPS가 장착된 시계 등을 통해 어떤 운동보다 정확하게 측정된다. 뭐든 정확하게 기록하고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즐기는 밀레니얼에게 최고의 운동이다. 거의 매달 러너들을 위한 새로운 측정 기술이 쏟아지고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자신의 기록을 측정하고, 기록하고 이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밀레니얼의 특성에 딱 맞는 운동이 달리기이다.

달리기는 다른 운동보다 가장 분석적인 운동이다. 스스로 끊임없이 분석하고 자기계발을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런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논문 ‘밀레니얼과 달리기 열풍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는 직업과 학력을 분석한 결과 의사와 변호사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약 30%,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 보유자가 약 70%를 차지하여 지식층과 중산층이 더 열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리기는 혼자만의 싸움으로 관계에 지친 밀레니얼 세대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달린다. 무엇보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에미이 테이러 러닝 USA 수석연구원은 워싱턴 포스트에서 '생각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쉽지 않다. SNS등 가벼운 관계까지 수 많은 연결에 시달리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운동만큼이라도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달리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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