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규수 전 한화이글스 단장

한화이글스의 한용덕 감독은 지난 목요일 두산과의 2연전 첫 경기에서 승리 후 이제 ‘가을의 향기’가 난다는 말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했고 28일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승리함으로써 한화이글스는 자력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필자가 단장으로 있었던 2005~7년의 포스트시즌 진출(당시 감독 김인식) 이후 물경 11년의 오랜 인고의 시간 끝에 이룬 성과이다.

그동안 한화이글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FA시장에서 거금을 들여 정근우, 이용규, 송은범, 정우람 등 많은 우수선수를 영입하고 서산에 대규모 연습장 시설을 갖추었으며 ‘우승청부사’란 말을 듣는 김응룡 감독과 ‘야신’으로 호칭되며 가는 팀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김성근 감독 등을 초빙해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두 명장도 이루지 못한 포스트시즌 진출을 ‘초자 감독’인 한용덕 감독이 감독 부임 첫 해에 이룬 것이다.

선수 보강의 지원도 받지 못하고 감독으로의 경험도 일천한 한용덕 감독이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넘어 횡포에 가까운 전권을 휘두른 김성근 감독도 이루지 못한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룬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팀의 재건에 대한 사명감이다.

다른 훌륭한 감독들도 나름 최선을 다했으나 그들에게 한화이글스는 감독 경력 중의 한 팀에 불과하나 한용덕 감독에게 한화이글스는 반드시 부흥시켜야 하는 고향이고 그의 터전이었다.

둘째 분명한 비전의 제시이다.

그동안 한화의 고질적인 약점인 볼넷의 남발과 느슨한 수비를 개선하지 않고는 한화가 강팀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한 한 감독은 볼넷을 남발하는 선수와 수비가 부실한 선수는 기용하지 않음으로서 선수들에게 확실하고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했다.

셋째 공정한 평가 및 실력에 의한 선수 기용이다.

리그의 대표적인 2루수인 정근우 선수가 시즌 초에 이해가 가지 않는 실수를 연달아 할 때 이름 값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2루 수비에서 배제하고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준 것은 현재 베스트가 아닌 선수들에게 노력하여 실력만 갖추면 누구나 게임에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었다.

넷째 코칭스텝과 선수에 대한 존중이다.

시즌 초에 타격이 부진해 패전이 많을 때도 선수들에게 특타를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하도록 선수의 판단을 존중했다.

다섯째 선수들에 대한 헌신이다.

타자들이 부진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불투명할 때 감독이 직접 배팅볼을 던져주었다.

여섯째 자신의 처음 생각을 끝까지 지켜온 용기이다.

에이스인 샘슨이 부상 중이고 젊은 투수들은 게임에서 이기지 못하여 3위 유지가 위협받을 때 고참 선수 기용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고 젊은 투수들을 계속 기용하였다.

이제 선수단 전체가 하나가 되어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어낸 한화이글스는 전력상 불안한 요소가 많지만 반드시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 훈훈한 가을 걷이에 성공할 것이며 내년에는 더 큰 결실을 맺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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