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25 전란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던 1955년 4월 18일, 부여의 유지들이 모여 부소산에 제대를 쌓고 백제 멸망 때 백마강에 몸을 던진 궁녀들의 원혼을 달래고, 계백·성충·흥수 세 충신을 기리는 제향을 올렸다. 이것이 백제 문화제의 시발이 되었는데 필요한 경비도 각자가 부담했으며 관주도가 아니라 민간주도로, 그것도 6·25 포성이 멈춘 지 1년도 안 되는 때에 이루어 졌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그만큼 백제 유민들의 가슴에는 계백·성충·흥수 삼 충신의 충절과 처절했던 백제 궁녀들의 최후가 너무나 절절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숭고한 뜻으로 출발한 백제문화제가 올해로 64회를 맞아 오늘 부여·공주에서 성대한 막을 올린다. 전국에서 752개나 되는 축제가 있지만 백제 문화제가 전국 우수 축제로 각광받는 것도 그렇고, 해를 거듭할수록 강렬하면서도 마음으로 젖어 오는 건 그렇게 진한 역사성이 있기 때문이다.

백제 문화제만큼은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그 순수한 역사성을 살리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더욱이 공주 공산성,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 부소산성, 정림사지, 나성, 능산리 고분군이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백제 문화제는 세계적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 구성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올해 백제 문화제의 슬로건이 '한류원조, 백제를 즐기다'에서 보듯 백제는 고구려, 신라에 앞서가는 문화의 꽃을 피웠고 다시 그것을 일본에 전수하였다. 교류의 범위는 일본, 중국을 넘어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 일원에 걸쳐 광범위하게 전개된 교류강국이었다. 그래서 오늘 우리가 세계에 떨치는 한류의 맥을 백제에서 찾고, 백제 문화제가 그 전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백제 문화를 과거에 묶어 두지 말고 미래를 여는 국민의 에너지로 개발하는 백제 문화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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