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중 반복진술·사생활 추궁에 '이중고'

성폭력 피해여성 상당수가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입는 수치심과 인권침해로 중도에 소송을 포기하는 등 이중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성폭력 피해 상담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의 처벌이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치료 효과가 있음에도 성폭력 신고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입는 이중적인 인권침해 요소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탈북 여성 A모(27)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집 남성 B모(35)씨로부터 성폭행당했으나 두려움과 수치심에 신고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후 B씨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던 A씨는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2월 B씨를 충북 모 경찰서에 고소했다.

그러나 남·북한의 언어 차이로 인해 A씨는 성폭행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A씨의 상담과 지원을 맡은 여성단체 관계자는 "A씨는 경찰 진술 당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을 뿐 아니라 남·북한 어휘의 차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등 의사 전달력에 문제가 있었다"며 "성폭력 피해 여성의 심리 상태와 의사전달력 상태를 고려하지 않는 현 수사과정의 문제점을 지적, 수사관 교체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서 청문감사실은 "화간으로 수사를 밀고 나간다는 것은 오해"라며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피해자가 진술한 그대로를 문서에 기록하고 있으며 여성경찰관을 배치해 피해자 상황을 고려하도록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성폭행 피해자 C모(28·여)씨는 지난 1월 재판을 포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 없는 C씨의 성경험과 평소 남자관계까지 노출되면서 C씨는 파혼까지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C씨는 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청주 여성의 전화 부설 성폭력상담소 박혜영 소장은 "현재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반복 진술과 사건과 관련 없는 사생활 노출은 피해 여성에게 이 중의 고통을 준다"며 "미성년자에 한하는 진술녹화제를 확대하고 여성전담관의 배치로 수사의 일원화를 통해 2차적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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