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에서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16일 쿠웨이트로 출장을 갔다 지난 7일 귀국한 서울 거주 남성(61)이 이튿날 오후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귀국한지 하루 만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이 환자와의 밀접접촉자는 항공기 승무원, 탑승객 등 모두 21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즉각 국내 메르스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했다.

3년 전 한바탕 큰 홍역을 치렀던 터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경제활동이 마비될 정도로 나라가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다. 치사율이 최대 40%를 넘는데다 전염성이 높아 초동대처가 긴요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메르스 확진환자가 공항 검역대를 통과해 확진판정을 받을 때까지 매뉴얼대로 대응을 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공항을 벗어난 지 얼마 안 돼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어제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한 건 그만큼 이번 메르스 발병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2015년의 실패를 기억하겠다"는 총리의 다짐에서 메르스를 완벽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묻어난다. 밀접접촉자 21명은 현재 자택격리 중이다. 앞으로 2주간이 고비다. 메르스 최대 잠복기인 14일 동안 역학조사와 모니터링에 바짝 신경써야한다.

지역사회 내 2차 감염 차단이 급선무다. 확진환자가 일상생활로 복귀하기 전에 격리돼 광범위한 2차 감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만의하나에 대비해야 한다. 대전시가 비상방역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확진환자와 접촉한 8명(일상접촉자)에 대해 집중관리에 들어간 건 적절한 조처다. 질병관리본부는 앞서 이들의 명단을 대전시에 통보했다. 확진환자와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으로 밀접접촉자와는 구분된다. 메르스 방역 선제 대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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