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숙 독자(청주시 우암동)

건강이 이 세상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저의 투병 생활을 통해 제가 절실히 경험한 건강의 중요성을 말씀드리려고 간단히 적어봅니다.

앞날을 예견하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작년 9월까지는 아들, 지인들과 같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음악, 오페라, 뮤지컬, 각종 콘서트 등을 보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66년을 살면서 인생의 위기가 오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제 걸음걸이가 이상해지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걸 알았습니다. 갑자기 서지도 못하고 엄청난 통증 땜에 전혀 한 발도 떼질 못했습니다. 동네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했지만, 전혀 차도가 없이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다 대학병원 예약 진료를 받고 담당 교수의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 척추가 여러 곳이 붙어서 신경을 누르고 있고 하루만 늦게 왔어도 평생 휠체어를 타고 살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날 바로 아무 준비 없이 응급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6시간의 긴 수술을 받고 나는 온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서만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동안 누워서 간호인에게 내 몸을 맡기고 견딜 수 없는 수치심을 참아가며 좌절과 우울감의 날들을 견디며 40일 동안 입원 후 재활을 위해 모충동에 있는 재활병원으로 옮겨 지금까지 재활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재활을 위해 저와 같은 환자들과 매일매일을 지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저는 척추 신경 계통 수술환자지만 이 병원의 환자 대부분은 뇌졸중, 중풍, 교통사고 등의 환자로서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에 마지막 재활을 위해 입원한 환자들입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처음 병원에 입원할 때는 뼈만 앙상하고 휠체어도 못 타고 침대로 이동하던 환자들이 점차 살이붙고 어렵게 입도 떼고 표정도 밝아지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몇 년 동안 피나는 재활의 결과라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저도 9개월 가까이 생활을 하고 있고 여러 환자들과 대화도 해 본 결과 과도한 음주, 엄청난 스트레스 가족 간의 불신 또는 가족력 등이 병을 유발한다는 걸 새삼 알았습니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겨우 휴식을 취할 나이에 억울하게 쓰러져 가족과 지인들도 못 알아보고 몸 전체를 못 쓰는 장애를 갖게 되는 걸 봤습니다.

그래도 우울하고 쓸쓸한 환자들께 위로가 되는 아름다운 앙상블이 있습니다. 여기 병원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어김없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선물해주시고 한 시간 동안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며 힐링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재활 후 사회에서 일반인들과 같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과 선진국과 같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많이 필요하고 절실합니다. 저도 투병 생활로 많은 걸 배우고 마음도 따뜻해지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같이 재활하는 환자들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 투병 생활이라는 긴 밤이 지나고 회복하는 아침 밝은 해가 뜨는 그 날을 모두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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