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15주년 기념 연극 ‘백치’, 시비 1억 5000만원 투입
충청 배우들 빠져 취지 무색, 서울출신 연출자 능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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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대전예술의전당 홈페이지
대전예술의전당이 자체 제작한 연극 ‘백치’가 서울에서 활동하는 배우들 위주로 캐스팅을 해 지역 연극인들을 소외시킨 것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지역연극발전 차원에서 시비가 투입된 작품인 만큼 지역 배우를 활용해 본래 취지와 목적을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대전예당에 따르면 개관 15주년을 맞아 7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제작연극 ‘백치’를 선보인다.

자체 제작 연극의 경우 대전에서 활동하는 스텝·배우를 참가시켜 지역연극 수준을 향상시키자는 취지로 매년 선보이고 있다.

시비 1억 5000만원 가량 들여 제작되는 이번 연극 ‘백치’는 개관 이후 열세 번째 자체 제작 공연이다.

공연을 앞두고 지역 연극인들은 애초 제작 취지가 퇴색돼 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역 배우들을 무대에 올려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연극발전에 있어서 제작연극이 견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한 지역극단 감독은 “처음 캐스팅 당시 주연급 1명을 제외한 주·조연 모두 충청지역 배우들이었다. 그런데 고작 2주 연습을 시키더니 서울에서 내려온 연출자가 실력이 부족하다며 배우 캐스팅을 싹 바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제작연극 연출자라면 지역에서 지역배우를 키우고 성장시켜 좋은 공연을 지역민에게 향유할 의무가 있는데 그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출자 능력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무대점검으로 인해 2016년 이후 2년만인데 올해 역시 연출자가 동일하다.

연극인들은 당시 저평가 됐던 연출자가 이번에 또 섭외가 됐는데 이 과정에서 아무런 합의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성토했다.

한 연극계 인사는 “2016년 제작연극 ‘오셀로’는 지역에선 연출 능력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예당은 섭외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같은 연출자를 올해도 선택했는데 납득이 되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잡음으로 자체연극에 대한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영한 대전연극협회장은 “대전에서 만들어진 공연 ‘백치’가 내달 서울 국립극장 무대에도 올라간다고 들었는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대전시비를 투입했지만 서울 연출·배우로 구성된 그냥 서울 작품”이라며 “조만간 제작연극의 목적과 의미를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예당 측은 특정 지역과 관계없이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는 배우들을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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