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 대전광역시 동구청장

사람은 처음 출발할 때의 마음가짐을 늘 가져야 한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교육받고 임명직 구청장까지 한 나로서는 가난하고 낙후된 이 지역과 숙명적인 관계로 어떻게 하면 이 운명을 개선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고민을 하면서 지난 4년간 구청장직을 수행해 왔다.

출근길에 산동네를 돌면서 가슴이 아프고 답답해 상념에 잠긴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젊은 부모들은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하면 교육여건이 좋은 서구나 유성구로 이사 가고 떠나기를 한사코 반대하는 늙으신 부모들만 남아 있다.

둔산·관저·송촌·노은지구에 새로운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어떤 동은 20% 정도가 떠나간 실정이다. 선거 때 경쟁자들은 이 지역을 확 바꾼다고 공약을 했다.

낙후된 도시 구조, 침체된 재래시장, 열악한 복지·교육 인프라를 일시에 바꾸겠다는 상대당 후보의 호소에 흔들리지 않고 당선시켜 준 주민들의 판단이 무서울 정도다.

원도심 활성화 문제는 염홍철 대전시장도 공감하고 있으나 이것은 시장과 구청장의 힘만 가지고는 안되는 부분이다.

대전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중앙정부가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으로 지원해야 될 문제다. 이는 전국 대도시의 원도심에 해당하는 동구나 중구가 겪고 있는 똑같은 현상이다.

우선 인구 문제를 보면 92년을 기준으로 광주 동구가 17만에서 12만으로, 대구 중구는 13만에서 8만으로, 인천 동구는 12만에서 8만으로, 부산 동구는 18만에서 12만으로, 서울의 구도심도 전성기의 1/2이나 1/3 정도 감소했다.

두번째, 특징은 20년 이상 된 노후건물이 70% 이상이고 재래시장은 소규모 점포 위주로 형성돼 있어 동반 침체하고 있다.

또 40년 이상의 건물이 반 정도를 차지해 도시가스 공급이 안돼 재해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세번째로는 이런 기초단체는 열악한 도시기반 시설을 보수 유지하기도 힘겨운 실정이다. 대부분 20∼30%의 재정자립도이며 그나마 복지비용에 충당되고 있다.

도심 가까이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가난한 사람이 입주하기가 좋아 신도시에 비해 2∼3배의 기초생계 수급자가 살고 있다.

네번째, 특징은 교육여건 때문에 매년 초·중·고 재학생수가 줄어 원도심의 학교는 텅텅 비고 신도시는 교실난을 겪고 있다.

동구의 경우 지난 93년 초등학생은 3만3000명인데 지난해는 2만명 정도로 1/3정도 감소했 중학생은 1/2정도 감소했다.

다섯번째는 철도가 지나가면서 주변 주거환경이 대단히 나쁘다.

우기 때 교통이 막히는 가도교와 차 한대 겨우 지나는 철도 건널목, 소음·분진 때문에 어둠침침하고 답답한 여건이다.

일본은 원도심 활성화 시책에 정부 차원의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중심시가지 정비개선활성화법과 도시재생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총리 직속으로 도시재생본부라는 기구까지 설치,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가 특별조례를 만들어 집중적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으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으면 빈곤의 악순환처럼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해서 앞으로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원도심 구청장 협의체를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에 관련법 제정 및 재정투융자 지원, 철도와 같은 국가산업시설의 개선을 촉구할 것이다.

요즘 용두지구 문제로 대전시나 중구, 주택공사가 곤욕을 치루고 있다. 그만큼 재개발은 어려운 사안이다.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절대 안된다.
다만 어려움 때문에 인기 없고 민원많은 재개발보다 접근하기 쉬우며 토지주의 끊임없는 욕구의 유혹에 관련기관이 신도시 개발 쪽으로 넘어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대전의 서남부권 개발이 그 유혹의 대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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