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먼 망망대해로 떠났다가도 죽을 때면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아와 생을 마치고 여우도 죽을 때는 머리를 제가 살던 굴 쪽으로 두고 죽는다고 한다.

사람도 고향을 잊지 못하고 가족을 그리워함은 자연 속에서 예외가 아니다. 더욱이 단일 민족임을 자처하고 정의 문화 속에서 살아 온 극동의 작은 은자의 나라에서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애착이 어느 민족보다 강하다.
근래에 해외에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면서 부인을 동반시켜 가족들이 서로 헤어져 살아야 하는 기러기 가족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해외가 아니라도 교육을 위해 어린 자녀와 부인을 서울로 보내는 중소도시와 농어촌의 현실도 새삼스런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스로 결정한 생이별이 고통스럽지만 국내에서 나 홀로 힘겹게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들은 대부분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지닌 대한민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직장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사회에서 VIP 대우를 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한 길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보다 자신이 살아온 사회에서 자신처럼 살게 하기 싫어 낯선 이국 땅으로 자녀들의 삶의 무대를 옮기는 것이다. 심지어는 가정 파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러한 조기 유학이 능력 개발이나 특수 교육을 위한 계획의 실행이기보다 대한민국이라는 환경을 떠나고자 한 도피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데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가 있다.

'기러기 아빠'들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이 혐오하는 바는 기대에 못 미치는 정치, 고위층들의 만연된 부패, 정권과 재벌의 횡포와 비리, 무책임한 정책과 무능한 행정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갖 불합리 등이 무고하고 선량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폐해가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권력과 금력을 가진 계층들이 사회를 독점해 대물림을 하고, 획일적인 입시 경쟁을 통해 얻은 학벌로 평가받고, 자신의 노력에 대한 대가보다 학연과 지연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분위기는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암담한 현실인 것이다.

자신의 후생 복지는 차지하고라도 자신들의 삶의 연장인 후세들을 생각할 때에 국가 백년대계라 할 수 있는 교육조차 희망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결국 기러기 가족의 삶을 택하게 한다.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본 바이기에 단순히 이기주의로 비난하고 성토할 일만도 아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회란 어디에도 없다. 그렇지만 내 나라 내 땅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자부심과 희망을 갖지 못하고 '기러기 아빠'들이 늘어나는 현실은 분명 이 나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공업 도시 바젤의 최첨단 시스템과 설비를 유지하는 사람들 중에 스위스 사람은 절반이 안 된다고 한다. 절반 이상의 외국인이 스위스를 떠나 자기 조국으로 빠져 나간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가 마비되고 마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 조국이 아닌 스위스에 머물며 스위스를 유지하게 하는 데는 분명 그들의 도시와 인력과 사회의 관리에 뛰어난 노하우가 있고 또한 부단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맑고 풍부한 물 속에서 고기가 잘 자랄 수 있는 것이다.

???????????????????????????????????????? 속편한 내과 원장???? 이 봉 수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