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당시 술에 많이 취해있던 상태였어요. 혐의는 인정하지만 술에 취해 저지른 일이니 감형해주세요.” 앞으로는 이 같이 ‘심신미약’을 주장해도 받게 될 형량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형을 줄여달라는 피고인들의 항소가 잇따라 기각되고 있다.

대전고등법원 제1형사부는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며 1심의 양형에 불복하고 항소한 피고인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A 씨는 이웃의 비닐하우스에 불을 지르는 등 일반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고,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항소했다.

심신미약은 심신(心神)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책임능력이 떨어진다고 봐 형법 제10조 2항에 의해 처벌이 감경된다.

그러나 고의 또는 과실로 심신미약을 유발한 때에는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규정이 적용돼 감경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건 당시 많은 양의 술을 마신 것은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이 불을 붙일 당시의 상황은 제대로 기억 못하고 있으나 범행장소로 가게 된 경위나 과정은 비교적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등을 비춰보면 피고인이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신병을 들며 감형을 요구한 항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같은 재판부는 특정법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절도) 혐의로 원심서 징역 2년과 몰수의 양형을 받은 피고인의 항소도 기각했다.

피고인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말까지 약 2개월동안 27회에 걸쳐 절도범행을 저질렀고, 이는 모두 타인의 영업소나 주거에 침입해 현금만 골라 훔치는 수법이었다.

1심 선고 이후 피고인은 조현병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하며 항소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인해 수개월간 병원치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이 사건 범행 당시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보면 심신미약 상태로 볼 수 없다”며 원심의 양형을 유지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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