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2] 지금은 텀블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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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장 내 일회용 컵 단속 첫 날인 지난 2일, 서울 한 카페에서 머그잔과 일회용 컵이 공존하는 모습. 연합뉴스

 

☞카페를 좋아한다. 여름엔 ‘천국’이 따로 없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음미한다. 수다까지 장착하면 더 행복하다. 여유시간 말고 짬 내서도 간다. 테이크아웃 또는 잠시 쉬었다 간다. 하루의 쉼표다. 하지만 카페가 달라졌다. ‘매장 내 일회용 컵 규제’ 때문이다. 카페 안에선 머그잔(다회용 컵)만 허용된다. 일회용 컵 음료를 원하면 나가서 마셔야 한다. 카페에서 '오래' 머물거나 '바로' 나가게 됐다. 처음엔 낯설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한 착한 정책이다.

☞지난 주말, 남편과 카페에 갔다. 사람들은 '일회용 컵'을 받아 나가기 바빴다. 그래서 매장 안은 한산했다. 오래 있을 생각에 머그잔으로 받았다. 그리고 습관처럼 '빨대'를 꺼내들었다. 남편이 "머그잔 쓰면서 웬 빨대"라고 핀잔을 줬다. 아차 싶었다. 얼굴까지 빨개졌다. 나름 환경지킴이라 자부했던 터다. 생각해보니 오묘했다. 빨대는 '복병'이었다. 일회용 컵만 집중한 탓이다. 환경보호는 쉽지 않았다. 실천이 어려웠다. 작은 것 하나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다.

☞지난 2일 일회용 컵 규제 이후 20여 일이 지났다. '좋은 취지'지만 문제는 있었다. 머그잔을 쓰면 설거지가 필수다. 동네 카페엔 그만한 여력이 없다. 사람을 쓰기가 벅차다.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더하다. 프랜차이즈도 고충은 있었다. 하루 2~3개씩 머그잔이 사라졌다. 그놈의 카페 로고 컵이 탐났나 보다. CCTV가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공통적인 애로사항도 있었다. 막무가내 손님 때문이다. 이들은 "잠깐 있다 갈 거니, 일회용 컵을 달라"고 억지였다. 이런 실랑이는 흔했다.

☞친환경 바람이 분다. 엔제리너스는 '빨대가 필요 없는 컵'을 제작하고 순차적 도입한다. 스타벅스도 플라스틱 빨대 퇴출, 비닐 포장재 감축을 단계적 추진한다. ‘손님’들도 달라졌다. 텀블러 구매가 급증했다. 카페마다 전년比 30~50% 늘었다. 물론 이용도 늘었다. 스타벅스는 개인컵 이용객이 올해 벌써 3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인기 검색어에서도 나타났다. 텀블러가 며칠째 주방식기·용품 분야 상위권에 랭크돼있다. 나 역시 텀블러를 챙기게 됐다. 이번 정책은 아직 '시행착오'가 많다. 좋은 정책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영세업자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 이 정책은 솔직히 '불편'하다. 하지만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 환경이 없다면, 미래가 없다. 내 작은 불편이 작은 변화를 만들길 바란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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