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물가·임대료 다 올라, ‘폭염’ 재료값 오르고 손님 끊겨
수익 30% 감소…시장 더 심각, 충청 하반기 줄폐업대란 우려

#1. 대전 서구 도안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44·여) 씨는 가게 운영 4년만에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주말동안 근무 할 인력 충원도 힘든데다 식재료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아 더이상의 가게 운영이 힘들기 때문이다. 김 씨는 “자영업자들이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줬으면 좋겠어요. 중구에서 음식점을 10년동안 운영하다 도안동으로 넘어 왔는데 최근에 정말로 돈벌기가 힘이듭니다”라고 읍소했다.

#2. 대전 중구 목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최모(53) 씨. 편의점의 월 평균 수익이 지난해 190만원 수준에서 올해 130만원 수준으로 뚝 떨어져 한 숨을 길게 내쉬고 있다. 그는 “영세 자영업자가 아르바이트생보다 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고용을 축소하거나 이참에 폐업을 결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충청권 경제활동인구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이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내수부진 속에서 소비 침체 여파로 매출은 급감하는데다 최저임금이 2년 새 30% 가까이 오르면서 폐업률만 느는 씁쓸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우려되던 대전·충남 자영업자들의 ‘줄폐업’ 위기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쉽게말해 인건비 상승에 물가, 임대료 등 충청지역 자영업자들이 3중고에 시달리며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원재료 값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손님들의 발길마저 끊기는 등 자영업자들이 연이은 악재에 신음하는 모습이다.

11일 대전 서구 도안동 상가밀집지역을 방문한 결과 가게 운영을 포기한 영세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상당수 있었다.

카페를 운영중인 이 모씨는 “올해 최저임금을 맞춰 임금을 지불하는 것도 힘든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부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더위에 카페를 찾는 이가 많았지만, 올해는 손님 한명을 모시기가 너무 힘들다. 영업이익을 줄여가며 할인 이벤트를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아 저녁 시간대 영업은 사실상 포기 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인근에 위치한 한 만둣가게 사장 강 모씨도 “날이 더워서 가게를 찾는 손님이 평년보다 30%가량 준 것 같다”라며 “사실상 날씨를 탓하는 것은 위안을 삼기위한 핑계거리를 찾는 것이고, 실제 물가는 계속 오르고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는 상황이니 장사가 이뤄질 환경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안 그래도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으려고 상담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은 전통시장이 가장 심각하다. 전통시장은 지역경제의 근간이자 서민경제의 바로미터로 불리지만, 최근 이 곳을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신음하는 상인들이 상당수다.

가수원 시장에서 잡화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물가도 오르고 임금도 오르고 내가 가져가는 것만 줄었지. 정말 장사를 접어야 할까 봐”라고 울상을 지었다.

이 같은 자영업자들의 추락 추세는 지역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고 각종 비용이 급증하는 하반기부터는 무더기 폐업 등 상상 이상의 자영업 불경기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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