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방학을 누리다가(?) 방학이 없는 교육전문직 생활을 시작한 지 몇 년 지났다. 학교가 방학에 접어드는 무렵이 되면 슬슬 방학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도진다. 여름철에는 그나마 나아 피서휴가를 떠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랜다. 그런데 '학교는 왜 방학을 하는가?' 문득 묻게 된다. ‘선생님이 미치기 직전에 방학하고 학부모가 미치기 직전에 개학한다’ 교사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이다. 방학이 다가올 즈음이면 교사들에게 소진(번아웃) 증상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교사를 버티게 하는 힘이 방학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학은 교사를 위한 친절한 배려에서 시작되지는 않았다.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이 심한 더위와 추위 때문에 학습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먼저 고려됐다. 이 시기 학생들은 평소에 없던 여유를 조금 누리게 된다. 물론 입시를 준비하거나 취직시험에 매달려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꼭 입시를 앞두지 않는 초등학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굳이 학생들에게 방학의 의미를 찾자면 학교 수업을 덜어줌으로써 상대적으로 다른 활동, 예컨대 가족 체험이나 취미, 놀이 등의 여유가 좀 더 생긴다는 정도 아닐까. 그나마 갖게 되는 여유 때문이겠지만 아이들은 방학이 석 달쯤 되었으면 좋겠다는 반응들을 내놓는다. 반면, 학부모들은 방학을 딱 사흘만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한다. 오전 내내 잠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르고,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즐긴다며 성질이 나서(?) 못 보겠다는 것이다.

다시 교사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교사들은 방학 동안 심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진다. 물론 방학 중에도 학생들에게 수시로 연락하고 안전점검을 하는 등 생활지도는 이어진다. 또 연수도 받아야 하고(승진, 전보, 성과급 등에 점수 반영), 방과후 수업이나 봉사활동 담당 등 학교에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출근해야 하고, 출장도 필요하면 떠나야 하고, 자신에게 분배된 공문도 기한내 처리해야 한다.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상대적 여유를 누리는 것이지 방학이라고 해서 교사에게 부과된 임무 전체가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교사들이 누리는 방학에 대해 사회 일반의 부러움과 질시(?)가 없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광장에는 근무지 외 연수(근무, 출장, 지명 연수를 제외한 날에 대해 기본적으로 근무지 외 연수를 한다.)를 없애고 근무를 시키든지 연수 점검을 제대로 하든지 하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그런데 청원을 내신 분은 교사들의 경우 모든 노동자들에게 부여된 연가조차 원칙적으로 방학에 한해서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 교사들은 방학 중에 근무지외 연수를 이용할 수 있으니 그나마 허락된 연가도 대부분 사용하지 않고 소멸시키고 만다는 것, 교사에겐 연찬의 의무가 부과되고 그 연찬의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것을 아실지 모르겠다. 교사와 학생에게 방학이란 새롭게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기회이자 자신들이 하는 교육 활동을 한 걸음 물러나 전체적으로 성찰해보고 새로운 세계를 배워 가르침과 배움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시간이다. 방학을 통하여 교사와 학생에게 더 크고 참된 배움을 향해 나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참된 방학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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