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교육청이 불법 찬조금 갹출 내용을 제보한 학부모의 인적사항과 신고내용을 교모회장에게 유출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제보자의 신분만큼은 철통같이 보호해야 할 기본 수칙조차 망각한 천안교육청의 행태는 어떤 변명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고도 제보가 들어오기를 바라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천안교육청은 불법 찬조금 신고가 들어와 해당 학부모에게 이를 해명하고 오해가 있으면 풀라는 의미로 교모회에 연락처를 알려 줬다고 밝혔다. 학부모들끼리 적당한 선에서 없었던 일로 덮어 두려는 발상으로도 들린다. 제보가 접수되는 대로 그 내용과 인적사항을 상대측에 알려 준다면 과연 누가 제보를 하겠는가. 제보 내용의 진위를 가려 바로잡는 것은 교모회가 아니라 교육청이 해야 할 역할이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가 뭐래도 신고한 학부모와 그 자녀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내·외부 고발자에 대해 편협된 시각을 갖고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이 때문에 학부모는 정의로운 행동을 하고도 신고자라는 낙인이 찍히지나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고 한다. 자녀가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육당국은 해당 학부모와 자녀가 추호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제2, 제3의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도 강구해야 마땅하다. 제보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만큼 느슨한 행정체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교육청의 안이한 행태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 규명을 빠뜨려선 안 된다.?

학부모회나 교모회 등을 통한 불법 찬조금 갹출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럼에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발각시 자녀들의 불이익을 우려한 나머지 신고를 꺼리기 때문이다. 고발자들을 철저히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법 찬조금 모금 행위는 이유를 막론하고 강력히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 신고 활성화를 위한 보완책 마련도 서둘러 줄 것을 다시 한번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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