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전기료 걱정에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전기료가 할증되는 전기료 누진세 때문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 냉방기를 가동하지 못한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어린이와 노약자들에겐 더욱 고통이다. 이미 온열질환자가 2000명 이상 발생했고, 이중 27명은 목숨을 잃었다. 이쯤 되면 재난이라 해도 무방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기료 누진세를 폐지해달라는 요구가 연일 올라오고 있다. 전기료 누진세 폐지 청원이 500건을 넘어섰다. '에어컨이 있는데도 누진세가 무서워 켜지 못 한다'거나 '폭염 기간만이라도 한시적으로 누진세를 폐지해 달라'는 호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보다 훨씬 싸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용과 상업용 전력은 전체 전력소비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주택용 전력은 전체 전력소비의 14%정도에 불과한데 누진세 적용은 너무하다는 반응이다.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료 부담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4인 가구가 1.8㎾의 에어컨을 하루 3.5시간 틀 경우 월 전기요금은 에어컨 사용 전보다 6만3000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컨을 하루 10시간씩 틀면 월 17만7000원을 더 내야 한다. 그나마 2016년 누진제 개편으로 전기요금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전기료 누진세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당국은 전기료 누진세 폐지 시 전력소비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절전에 소극적일 것이란 판단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살인적인 폭염에 고통 받는 시민들의 처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 누진세 구간을 적절히 손볼 필요가 있다. 당장 누진세 조정이 어렵다면 한시적으로 전기요금 인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반드시 전기요금 감면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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