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수 공주대학교 교수

한때는 우파 경제학자로서 자유한국당을 지지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는 아니다. 자유한국당에서 우파의 품격이나 미래 희망을 더 이상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이명박은 우파 정객이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정권을 잡기 위해 우파로 둔갑했을 따름이다. 그들이 진짜 우파였다면 지금처럼 처신하지 않았을 것이다. 법 앞에서 당당하게 재판을 받든지, 아니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했어야 했다. 그들을 상관으로 모시며 호가호위했던 고위공직자란 인간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에서는 친박과 친이가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 염치를 모르는 그들 역시 내 눈에는 존경받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가에 해악(害惡)만 끼치는 국해의원(國害議員)일 따름이다.

자유한국당은 자신의 침몰원인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당 개혁을 한답시고 아주대 이국종 교수에게 외과식 수술(?)을 부탁했던 것은 한편의 코미디였다. 또 좌파정권에서 정책실장을 지낸 사람을 데려와서 자유한국당을 노무현 정신으로 개조하겠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좌파가 대세니까, 당의 이념적 스탠스를 좌 클릭한다면 그것은 우파 소멸의 지름길일 뿐이다. 제발 정신 차리길 바란다. 이 땅의 진정한 우파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과 소명의식이 무엇인지 말이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진보라는 용어전쟁부터 좌파에게 깨졌다. 좌파극복을 위해선 보수·진보 프레임을 우파·좌파의 구도로 바꿔야 한다. 자유한국당 국해의원들은 조선시대의 훈구세력들과 똑같다. 자유민주주의 철학이 실종된 그들은 우파의 품격을 실천하기는커녕, 차세대 리더조차 키우지 않았다. 전교조가 학생들에게 이념교육을 시키고 좌파들이 영화·출판을 비롯한 문화선동으로, 질 낮은 감성팔이로 대중들을 선점할 때도 그들은 그것이 초래할 치명적 결과에 대해 눈을 감았다. 오랜 시간에 걸친 좌파들의 결기와 처절한 노력이 오늘의 보수참패를 낳은 것이다. 한심하고 무능한 우파 정객들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좌파 정권은 잇따른 경제 실정과 안보 불안으로 침몰할 개연성이 크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우파 스탠스를 견지하며 읍참마속의 자기개혁에 몰두해야 미래가 보장된다. 우파의 품격인 국민에 대한 봉사와 헌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튼튼한 안보, 시장경제와 법치주의에 입각한 경제강국건설은 지금도 유효한 덕목이다. 이제부터 2가지만 제대로 실천하라. 1.국회의원 공천권은 지역유권자들에게 되돌려주고 그들로부터 심판받게 하라. 생존한 자는 염치 있는 우파 투사로 거듭나고 실패한 자는 당의 불쏘시개로 조용히 사라져라. 2.우파 논객들을 비례대표로 발탁해서 정치학교를 운영하고 그를 통해 정치신인을 발굴하고 의원들의 역량강화에 나서라. 또 좌파들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위선을 밝히며 국민의 마음을 얻는 생활정치로 터닝하라. 당(黨)의 회생은 경제와 안보 어젠다의 선점을 통해 정권재창출이 가능한 정책정당임을 입증하는데 있다. 지금처럼 게으르고 무능하고 무책임하면 모든 게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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