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백로 터전 또 사라지나

솔밭이 우거진 청주 흥덕구 송절동 일대에는 8000㎡에 달하는 백로 서식지가 있다. 개체 수가 많을 때는 1000여 마리에 달한다. 이곳에서 서식하는 백로는 매년 3~5월에 날아들어 여름을 난 뒤 9~10월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날아간다.

그러나 이 일대 산업단지 확장이 추진되면서 백로 서식지가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청주테크노폴리스주식회사(이하 청주TP)는 송절동 일대 산업단지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산단 규모는 370만 8000㎡로 지금(175만 9000㎡)의 2배 정도 된다.

새로 조성되는 산단에 들어설 아파트와 단독주택, 학교가 이 백로 서식지를 유(U)자 형태로 둘러싸는 형태가 된다.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학교가 개교하면 백로 서식지로 인해 주민 불만이 터져 나올 수 있다.

이곳의 백로는 청주TP개발이 시작된 이후 서식지를 2차례 옮겼는데, 그 과정에서도 각종 민원이 빗발쳤다.

백로 떼는 청주시 서원구 수곡동 인근 잠두봉과 모충동 서원대 인근 숲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인근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자 청주시는 소나무를 베어 백로 서식지를 없앴다.

터전을 잃은 백로 떼는 지난해부터 송절동의 원래 서식지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내년 하반기 청주TP확장 공사가 시작되면 백로 떼는 2012년 때처럼 먹이가 풍부한 무심천이 흐르는 도심으로 서식지를 옮길 수 있다.

터전을 옮기지 않고 송절동에 서식한다면 향후 입주할 아파트·단독주택 주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또다시 수목 간벌을 통해 백로 서식지를 없애는 일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정성수 기자 jssworld@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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