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제 오전 해병대 1사단에서 마린온 추락사고 순직 장병들에 대한 합동영결식이 엄숙히 거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피력했다.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이륙하자마자 날개가 통째로 떨어져 나가면서 화재가 발생, 5명의 장병이 목숨을 잃고 1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은 국가적 수치다. 어떤 완벽한 기체나 시스템도 사고를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마린온의 추락 사고는 그런 사고와는 다르다.

3년 전에도 사고가 있었고 감사원에서도 28가지의 안전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더욱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은 사고 후에 보여준 당국의 태도다. 청와대 대변인은 사고 헬기가 세계 최고의 기종이라 했고, 국방부 장관은 현장에 달려가 유족을 위로하기는커녕 며칠이 지나서야 그것도 종이 한 장 유인물로 유감을 표했다. 이것이야 말로 나라를 위해 자식을 군에 보낸 국민의 충성심을 배반하는 것이며 스스로 국가 방위력을 약화시키는 행위다.

지난 주말, 이번 사고의 희생자 중 박재우 병장의 수첩이 공개돼 우리들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박 병장은 그의 수첩에 자신의 목표를 촘촘히 기록했다. 그리고 그 목표가 이루어지면 표시를 해나갔는데 가령 헬기 타기, 사고 없이 제대하기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마지막 목표 해병대 사고 없이 제대하기 항목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먹먹해진다. 박 병장의 마지막 꿈, 사고 없이 제대하기가 안개처럼 사라졌기 때문이다. 누가 박 병장의 간절한 꿈을 앗아갔는가.

그의 수첩에는 해맑은 웃음을 짓고 찍은 사진도 있었다. 며칠 후 있을 사고의 그림자라고는 하나도 없는 얼굴, 대한민국을 지키는 당찬 군인의 모습이다. 아마도 박 병장은 저 세상에서도 누구를 원망하기보다 다시는 이와 같은 젊은이의 꿈을 죽이는 일이 없기를 바랄 것이다. 그리고 사고 원인이 신속하고도 완벽하게 밝혀지기를 바랄 것이다. 특히 감사원의 지적이 있었는데도 황당하게 비행을 서두른 당국의 어리석음이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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