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영 충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

무령왕릉의 발견과 발굴은 한국고고학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다. 공주시 송산리 고분군 공사현장에서 장마철 배수로 작업 중 벽돌무덤 1기가 새로 발견됐다. 국립박물관장을 비롯한 조사단이 급히 꾸려졌으며 1971년 7월 8일 발굴이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피장자가 확인되거나 도굴 피해를 입지 않고 온전히 발견된 백제 왕릉은 없었다. 발굴단이 입구를 열자 어둠 사이로 돌로 만들어진 뿔 달린 괴물형상의 동물이 서 있었다. 일명 석수라고 불리는 ‘진묘수’였다. 또 무덤 안에는 두개의 돌판이 있었는데, 그 위에 새겨진 피장자의 이름과 생몰연도를 기록한 지석(誌石)이 백제 무령왕의 무덤임을 확인해 주었다.

한반도 고대 왕릉 중 처음으로 무덤의 주인을 확인한 ‘위대한 발굴’이 시작됐다. 발굴단은 다음날인 9일 오전까지 철야로 백열등을 켜고 발굴을 진행했다. 주요 유물은 대략적인 실측과 촬영만을 거친 후 옮겨졌으며 바닥에 있던 장신구 및 구슬 등은 실측 및 조사도 없이 삽으로 퍼담고 빗자루로 쓸어 자루에 담았다. 위대한 발견은 단 12시간만에 철저히 파괴된 도굴처럼 끝났으며 지금도 고고학계에서는 최악의 발굴로 회자되고 있다.

무령왕릉 발굴이 있은지 정확히 44년만인 2015년 7월 8일 또한 백제와 관련해 큰 의미가 있다. 공산성, 정림사지 등 백제유적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날이기 때문이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는 동아시아 고대 문명 형성에 기여한 백제의 역할을 인류사적으로 인정받았으며 우리만의 유산이 아닌 세계의 모든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할 유산으로 인정된 것이다. 충남도는 백제세계유산센터를 설립해 유적의 통합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문화재청 내 ‘백제왕도 핵심유적 보존관리사업 추진단’과 함께 발굴조사와 정비를 추진해 공주·부여를 역사문화 거점도시로 육성할 계획이다.

며칠 전 우리는 마곡사를 포함한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우리는 앞서 무령왕릉 발굴에서 보았듯이 유산의 보존을 위한 발굴과 정비는 절대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준비와 시간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우리 도는 세계유산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조사 및 연구가 보는 이들에게 조금은 답답한 과정으로 보이더라도 우보만리의 자세로 시간과 주변환경에 얽매이지 않는 충실한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1500년을 지켜왔던 무령왕릉 ‘진묘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세계유산 등재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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