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균
레전드 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전 특허심판원장


며칠 전 새벽 월드컵 독일전에서의 승리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인 한국이 지난 브라질월드컵의 우승팀이자 세계랭킹 1위에 빛나는 세계 최강 독일을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리라. 독일 전은 온 국민이 세계 축구 16강에 들어가기를 그렇게 열망했던 경기지만 다시 한 번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세계5강인 분야가 있다. 특허분야다. 1977년 특허청 개청 이후 4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산업재산권 출원건수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 특허협력조약(PCT)을 통한 국제특허출원 순위는 5위, GDP 및 인구 대비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1위다. 특허심사처리기간도 1990년대 39개월 걸리던 것을 현재 평균 10개월 수준으로 단축시켰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몽골 등에는 특허정보시스템도 수출하고 UAE에는 특허시스템 수출 뿐 아니라 특허심사대행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우리의 이러한 성과를 인정해 미국, 일본, 유럽이 주도하던 국제 지식재산권 체제가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5자간 체제(IP5)로 확립됐다. 특허 5강이 된 것이다. 전쟁의 폐허가 가득했고 자원도 없는 나라였지만 전쟁 후 최단시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 GDP 세계 11위까지 따라잡은 국가. GDP 세계11위도 자랑스럽지만 정작 특허 분야는 그보다 훨씬 더 빨리, 세계 5강에 포함되는 국제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특허를 많이 받은 나라 순위는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이 3위에 올랐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국제 특허출원 95만건을 분석한 세계 지역별 혁신 순위 결과 도쿄-요코하마가 9만 4079건으로 1위, 중국의 선전-홍콩이 4만 1218건으로 2위, 그리고 서울이 3만 4200여건으로 4위를 차지했다. 로이터가 선정한 2018 아시아 최고 혁신대학 75에는 KAIST, 도쿄대, 포항공대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특허청 심사관들의 심사처리 건수는 아직 미흡하다. 2015년 심사관 1인당 처리 건수는 미국 73건, 유럽연합(EU) 57건, 일본 164건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38건으로 5강 중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허 무효율이 2015년 45%로 일본보다 두 배나 높다.

특허청은 책임운영기관이라 인력도 예산도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심사관을 증원하더라도 자체 수입이 있으니 세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심사관들에게 다른 나라 심사관들과 비슷한 무기를 주어야 다른 나라 심사관들에게 뒤지지 않는 특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세계5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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